보건복지부가 마침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내놓았다. 현행 부과체계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에게 각기 다른 부과기준을 적용해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연간 6000만건씩 민원이 접수된다. 이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일에 복지부는 이보다 더 느릴 수 없을 만큼 미적거렸다. 복지부가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을 출범시킨 지 3년 반이 지나서야 정부안을 만들었다. 문형표 전 장관은 한때 이를 백지화했었다. 소득파악률 등 여러 이유를 말했지만 정부가 좌고우면한 건 결국 개편을 통해 손해 볼 일부 계층의 반발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고 갈등을 조정하는 본연의 역할을 지레 포기했다.
문 전 장관의 백지화 선언을 여론이 다시 백지화시켜 만들어진 이번 개편안에도 3년 반을 미적거린 ‘망설임’이 녹아 있다. 복지부는 ‘송파 세 모녀’ 같은 저소득층의 부당한 부담,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의 무임승차, 직장·지역 가입자의 형평성 문제를 개편안에 반영했다. 최저보험료를 신설해 저소득층 지역가입자는 1만3000원가량만 내도록 했다. 연금·금융소득이 일정액 이상인 피부양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보험료를 물린다. 그 나이 남성이면 이 정도 소득이 있을 거라 추정해 보험료를 산정하던 지역가입자 ‘평가소득’은 없애기로 했다. 현 제도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당초 개선기획단이 만든 개편안, 야당이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에 비하면 불공정 개선 수준은 기대에 못 미친다. 지역가입자 부과기준에 여전히 재산과 자동차를 남겨뒀고, 피부양자 인정 범위는 여전히 넓고, 이 정도 개편을 단계적으로 한다며 설정한 9년이란 기간은 너무 길다. “고소득자에게 늘어날 수 있는 부담을 너무 많이 배려했다”는 지적은 부당하지 않다.
김종대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정부 개편안에 대해 “논평할 가치가 없다”고 혹평했다. 재임기간 내내 부과체계 개편을 외쳐온 그가 지적한 대목은 두 가지다. “①부과체계가 불공정한 원인은 직장·지역 가입자에게 다른 부과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인데, 이 차별장벽은 그대로 둔 채 차별의 정도만 조금 완화했다. ②단계적 시행은 정부 행정력이 따라갈 수 없을 때 하는 것인데,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또 미루고 있다.” 부과기준을 소득 위주로 일원화해 직장·지역 구분을 없애고, 소득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공정하게 나누자는 개편의 기본 취지가 살아 있지 못하기에 근본적 개혁이 될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두 가지 모두 정부의 망설임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불공정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개선책은 얼마 안 가 똑같은 문제를 다시 일으킬 수 있다. 전 국민이 관련된 사안인 만큼 당장의 불편함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 입법 과정에서 더 치열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사설] 건보료, 직장·지역 차별장벽 없애는 근본개혁 필요하다
입력 2017-01-23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