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기획재정부가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4동 로비. ‘얼굴인식시스템’을 마주한 출근길 공무원 중 일부는 카메라에 두세 번씩 얼굴을 들이밀어야 했다. 5명 중 1명꼴로 얼굴 인식에 실패했다. 수차례 실패한 몇몇은 출입증 사진과 출입자 명단에 있는 사진을 대조한 후에야 게이트 통과가 가능했다. 최강 한파에 차례를 기다리던 공무원들은 눈살을 찌푸린 채 발만 동동 굴렀다. 가뜩이나 바쁜 월요일 아침에 벌어진 일이다.
전국 4개 정부청사에 도입된 얼굴인식시스템은 사전 등록한 사진과 실제 얼굴이 일치하면 게이트가 열리는 보안 시스템이다. 지난해 공무원시험 준비생의 정부서울청사 침입 사건 후 출입 보안 강화를 위해 도입됐다. 정부는 시스템 도입을 발표하며 “쌍둥이도 구별한다”고 자신했다. 도입에 소요한 예산만도 22억원이다.
하지만 본격 시행 첫날인 이날 시스템은 낙제점을 받았다. 세종청사 보안업체 관계자는 “스캔한 사진을 올릴 경우 인식을 잘 못 하는 경우가 있다”며 “세종청사에서 무료로 찍어 주는 사진을 등록하는 게 가장 인식이 잘된다”고 쩔쩔맸다.
사진 등록이 완료되지 않아 시스템이 정착되려면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청사 보안업체에 따르면 상시 출입하는 공무원조차 100% 사진 등록을 완료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얼굴인식시스템을 도입해도 기존 출입증이 필요한데 왜 이렇게 불편한 걸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그 예산으로 CCTV나 더 설치해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는 게 낫겠다”고 비꼬았다.
세종=글·사진 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관가 뒷談] 22억 들이고도… ‘얼굴 못 알아보는’ 보안 시스템
입력 2017-01-24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