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체부의 사과, 청와대의 사과로 이어져야

입력 2017-01-23 18:44
문화체육관광부가 23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송수근 문체부 장관 직무대행은 “너무나 참담하고 부끄럽고,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조윤선 전 장관을 비롯해 장관 2명, 차관 2명 등 문체부 고위 공직자만 4명이 구속된 상황에서 사과문 발표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느낌마저 든다.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한 두 가지 개선책 마련을 다짐했다. 문화예술계의 자율성 확립 방안을 논의할 기구 설립이 첫 번째 요지다. 또 문화예술진흥법을 개정해 문화예술의 표현·활동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개입 등을 원천 방지하는 규정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문화예술계는 이에 대해 실효성과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벌써부터 내놓고 있다. ‘셀프 면죄부’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이는 문체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겸허히 수용하고, 실효성 확보에 주력하는 것이 마땅하다.

문체부 앞에는 수많은 현안이 놓여 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과 중국의 한류 금지령 압박, 송인서적 부도로 인한 출판계 위기 등 쉽지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중에서도 첫 번째 해결 과제는 등 돌린 문화예술계와의 신뢰 회복이다. 문체부 내부 직원들의 상실감 회복도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문화예술계가 요구하고 있는 진상 규명에 문체부가 앞장서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던 사람을 솎아내는 인적쇄신과 처벌은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블랙리스트 사태는 집행기관이었던 문체부의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청와대가 공식 사과해야 한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 아닌가. 박 대통령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적 없다고 주장하기보다 국민에게 머리를 숙여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