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1월 김종(56·수감 중)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호출, 최순실(61·수감 중)씨의 딸 정유라(21)씨를 승마선수로 육성하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할 것을 주문했다고 김 전 차관이 증언했다. 박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도 “나쁜 사람”이라 지칭했다.
김 전 차관은 23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제8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차관은 “박 대통령이 ‘정치권에서 공주승마 이야기가 나온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인데 부정적인 말들이 나오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끼가 있고 재능이 있는 선수들을 위해 영재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고 김 전 차관은 밝혔다. 김 전 차관은 “(박 대통령이) 직접 정유라씨를 이야기했기 때문에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국회 소추위원 측은 “대통령이 직접 ‘정유라 같은 유망주는 정책적으로 키워야 한다’ ‘기를 죽이는 안민석 의원은 나쁜 사람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느냐”고 재확인했다. 김 전 차관은 잠시 망설이다 “비슷하게 들었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정씨를 직접 언급했느냐”는 질문에는 “(개명 전 이름인) 정유연이라 했다”고 답했다. 김 전 차관은 당시 정씨가 정윤회·최순실 부부의 딸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2014년 4월 11일 안 의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정씨의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김기춘(78·구속)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김 전 차관에게 적극적인 언론 대응을 지시했다. 차관이 직접 인터뷰를 해 논란을 잠재우라는 것이었고, “세월호 사고가 있지만 나머지 일도 처리돼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김 전 차관은 회고했다.
김 전 차관은 정씨에게 불이익을 준 교수의 비리 자료를 특정 방송사에 건네고 “세월호 사건에만 빠지지 말고 승마도 빨리 해 달라”고 보도를 재촉하기도 했다.
‘나쁜 사람’으로 지칭된 안 의원은 “당시 야당 의원의 지적을 귀담아 들었더라면 불행한 사태는 없었을 것”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지 못한 결과 지금의 국가적 불행이 초래된 것”이라고 국민일보에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헌재 출석 김종 前 차관 “朴 대통령, 정유라 직접 언급 큰 충격”
입력 2017-01-23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