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3일 신년기자회견을 가졌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리 일정에 따라 임기와 역할은 유동적이지만 엄중한 국내외 상황을 감안할 때 황 대행이 정부의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힌 것은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확고한 안보, 경제회복, 미래 성장동력 확보, 민생안정, 국민안전을 국정 방침으로 제시하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맞춰 한·미동맹과 북핵 대처, 경제통상 발전을 위한 정책 공조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필수적 방어수단”이라며 조속하게 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 눈에 띄는 내용은 없었다. 박근혜정부의 국무총리를 맡아온 그가 새 정책을 내놓거나 기존 결정을 뒤집기는 쉽지 않았을 게다. 그러나 정치권과의 협력 제안만큼은 즉각 실현돼야 할 중차대한 과제다. 황 대행은 “정당 대표들과의 고위급 회동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기를 다시 한번 제안드린다”고 말했다. 한자리에 모이기 힘들면 각 당 대표와 총리 자격으로 만나 협의할 수 있다고도 했다.
출마 선언이 잇따르면서 정치권은 대선 정국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조기 대선이 실시된다 해도 과도정부 체제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7개월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또 새누리당의 분당으로 형성된 원내 4당 체제의 한계는 1월 임시국회에서 드러났다. 여야는 노동 관련을 비롯해 쟁점 법안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보호무역을 기치로 든 미국의 신정부 출범과 중국의 사드 보복, 일본과의 외교 갈등 등 경제와 외교·안보 위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정치권은 손을 놓은 형국이다.
이 상태로 새 정부가 출범할 경우 차기 대통령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조기 대선 분위기와는 별개로 황 대행과 여야 대표들은 만나 국정 현안을 처리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황 대행의 대선출마 여부가 걸림돌이 된다면 본인이 먼저 정리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는 이날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니다”며 애매하게 넘어갔다. 이렇게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사설] 黃 권한대행과 여야 대표회담 가급적 빨리 이뤄지길
입력 2017-01-23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