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이라는 한 복판에서 '건축'이 아닌 '공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고의 지가를 자랑하는 곳에서 교회 건축도, 교회 공간 확보도 불가능했다.
명동은 이렇다할 개신교 예배당이 없다. 유일하게 향린교회가 있긴 하나 명동 블록에서 벗어나 있다.
이 선교 불모지에서 8년째 교회 공간 확보를 위해 애쓰는 교회가 있다. 명동 생명의숲교회(정기종 목사)이다. 정기종 목사는 지난해 성탄절 명동 롯데백화점 건너편 국민은행 뒤쪽 상가건물 4층에 ‘교회 공간’을 마련했다. 첫 마련이 아니고 재입당이었다.
이 교회는 8년 전 명동 구두미화원 중심의 기도처로 출발했다. 기도 공간이 필요해서 선교회 이름으로 공간을 마련했다. 그러다 교인이 늘어 조직교회가 됐다. 한데 어렵게 살아온 이 공동체 구성원들은 말씀 가운데 이웃 사랑을 알고 난 후 을지로 지하도 노숙인의 삶에 주목했다. 그들을 교회로 이끌어 말씀과 떡을 전했다.
당연히 상인들의 반발이 따랐다. 온유한 건물주도 난감해 했다. 2015년 여름, 건물 리모델링을 이유로 예배당 재계약이 불발됐다. 공간이 없는 조직교회가 됐다. 그런데 하나님은 절묘한 방법으로 그들에게 공간을 내줬다. 명동 한복판 21층 한 건물의 10∼11층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건물 공원이 있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주일예배를 드렸고, 구제 활동을 지속했다. 신고가 따랐고 단전, 단수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민 피해가 가지 않도록 빛도 없는 어둠 속에서 육성 말씀을 전하고 읊조림과 같은 찬송으로 예배를 올렸다. 정 목사는 “의자도 없이 맨바닥에 앉아 예배를 드리는데 놀라운 것은 예배 참석자 수가 공간이 있을 땐 100여명이었던 것이 150여명으로 늘었어요. 바벨론 포로 시절과도 같은데 말이죠”라고 말했다.
그들은 공간을 찾아 떠돌며 광야 예배를 드렸다. 시청역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이어지는 지하도의 노숙인을 두고 명동을 떠날 수도 없었다.
“명동이 갖는 상징성도 컸다”고 했다. 정 목사와 교인들은 공간 임대 문의를 지속했으나 교회라고 하자 건물주들이 손사래를 쳤다.
한데 지난해 10월 예전에 입주했던 건물에서 재입주 요청이 들어왔다. 조건은 전과 같았다. 교회가 나간 후 임대가 안 되고 상가 손님이 줄어드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그들은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주어진 공간은 66㎡(20평). 교회 간판 불허 조건을 수용했다.
“예배당 있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줄 알지요. 그러나 교회가 건물을 달라고 기도하기보다 공간을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몸과 생각이 유목민 같아야 교회가 건강해질 수 있어요.”
명동 생명의숲교회는 앉을 자리가 부족하다. 그러나 그들은 기도가 있는 공간에는 하나님이 언제나 임재하신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글·사진=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교회와 공간-생명의숲교회] 선교 불모지 서울 명동에 낮은 자 위한 예배 공간
입력 2017-01-23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