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의 뒤바뀐 처지가 여의도 정가에서 화제다. 두 사람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회 공동 대변인을 지냈다. 대선기간 내내 박 대통령의 ‘입’ 역할을 나눠 맡았다.
두 사람은 대선 이후 엇갈린 길을 걸었다. 조 전 장관은 박근혜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 청와대 정무수석에 이어 문체부 장관까지 역임하며 승승장구했다. ‘박근혜의 여자’라는 평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권력 중심부에서 조용히 밀려났다. 새누리당 대변인을 하면서 쓴소리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하면서 박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는 게 정설처럼 떠돌았다.
이 전 의원은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 잇따른 인사 실패에 대해 “청와대 인사검증에 구멍이 뚫려 있다”고 거침없이 비판했다. 논란을 빚었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임명에 대해서도 “윤 장관의 업무능력과 역량에 많은 국민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뼈 있는 말을 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의 브리핑에 대해 “여당 논평인지, 야당 논평인지 구별할 수 없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피력했다.
이 전 의원은 대변인에서 물러난 뒤 특별한 당직을 맡지 못하고 조용히 지냈다. 그는 지난 20대 총선에 경기도 용인정 선거구에 출마했다가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에게 패배한 뒤 정치권을 잠시 떠나 있었다.
두 사람의 운명은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이후 다시 바뀌었다. 조 전 장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현직 장관 신분으로 처음 구속되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이 전 의원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핵심 측근으로 부상했다. 반기문 캠프에서 정무와 공보를 동시에 맡고 있다. 반 전 총장의 거의 모든 일정을 수행하면서 곁을 지키고 있다. 이 전 의원은 22일 반 전 총장을 대신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국민주권개혁회의 창립대회에 참석해 손학규 의장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여의나루] 조윤선-이상일 ‘뒤바뀐 처지’
입력 2017-01-23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