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심장’ 잡은 손… ‘용’도 잡는다

입력 2017-01-23 00:00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오른쪽)이 22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후반 오른발 슛을 때리고 있다. 손흥민은 시즌 9호골을 작성하며 박지성과 기성용이 가진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최다골을 넘어섰다. AP뉴시스

벤치멤버로 전락했지만 주눅 들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우상인 박지성을 넘어섰다.

손흥민(25)이 새 역사를 썼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공격수 손흥민은 22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정규리그 2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2로 뒤진 후반 32분 동점골을 넣었다. 시즌 9호골이자 리그 7호골이다.

시즌 9호골은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최다골 신기록이다. 이전까지는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2010-2011시즌 기록한 시즌 8골(정규리그 5골)과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2014-2015시즌 넣은 시즌 8골(정규리그 8골)이 최다 기록이었다.

리그 7호골을 따낸 손흥민은 또 기성용이 보유한 아시아선수 정규리그 최다골 기록인 8골에도 한 골 차로 다가섰다. 자신의 우상인 박지성의 기록을 깬 것은 손흥민 본인에게도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어린 시절 박지성의 엄청난 팬이었다. 박지성의 경기를 보며 성장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프리미어리그가 38라운드까지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기성용의 기록도 조만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은 지난 9일 축구협회(FA)컵 애스턴 빌라전 이후 두 경기 만에 골 맛을 봤다. 리그에선 지난달 29일 사우샘프턴전 이후 약 한 달 만에 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최근 벤치멤버로 전락했다. 최근 두 경기에서 각각 2분과 3분만 뛰었다. 첼시전에선 후반 추가시간에야 교체 투입됐고, 웨스트브로미치 경기에선 90분이 끝날 때쯤 나왔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팀이 필요한 순간 한 방을 날렸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서도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로 등장했다. 토트넘은 후반 4분 르로이 사네와 후반 9분 케빈 데브라이너에게 연속골을 내줬다. 후반 13분 델레 알리가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승점을 얻기 위해서는 아직 한 골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때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섰다. 후반 22분 해리 케인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슛으로 맨시티의 골망을 흔들었다.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했다. 토트넘은 원정에서 값진 승점을 획득하며 13승7무2패(승점 46)로 2위를 고수했다. 9경기 연속 무패의 상승세도 지속했다.

손흥민은 “팀이 1-2로 뒤진 상황에서 동점골을 넣은 만큼 특별한 기억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나에게 좋은 패스가 전달됐다. 맨시티 수비인 니콜라스 오타멘디가 손을 들어서 오프사이드인 줄 알았는데 일단 슛을 날렸다. 팀원들에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경기 후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점수인 7.3점을 줬다.

벤치멤버로 전락했지만 묵묵히 최선을 다하자 손흥민의 대한 평가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인 공격수 중 손흥민을 14위에 올렸다.

손흥민이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이 수비수 베르통언의 부상으로 인해 수비전술을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회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리백에서는 2선 공격수 자리가 두 자리밖에 없지만 포백에선 3명을 쓸 수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포체티노 감독은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술을 변경하며 손흥민을 투입시켰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