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컨테이너가 납작하게 접혔다… 150초만에

입력 2017-01-22 18:20

길이 12.192m, 높이 2.591m, 너비 2.431m에 무게 96t의 대형 컨테이너가 변신을 시작했다. 앞면과 뒷면의 문이 안으로 들어가자 옆면 중간이 접혔다. 2분30초 후 박스였던 컨테이너는 높이 72.4㎝의 패널로 변신했다(사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지난 20일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의왕ICD)에서 ‘접이식 컨테이너 기술’을 공개했다. 빈 컨테이너를 접어 부피를 4분의 1로 줄이는 기술로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미국 네덜란드 등을 중심으로 접이식 컨테이너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접는 방법이 복잡하거나 접히는 부분이 컨테이너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철도연은 모서리 기둥을 접지 않고도 컨테이너를 접을 수 있게 설계했다. 모서리 부분의 기둥 네 개는 각각 96t을 견디는 일반 컨테이너와 같은 강도를 유지할 수 있다. 보조장비도 원격 제어로 작동, 작업자의 숙련도에 관계없이 2명이 10분 안에 작업을 마칠 수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 국제특허 출원도 지난해 6월 완료했다.

무엇보다 접이식 컨테이너는 교역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빈 컨테이너 회수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은 상품을 하역한 뒤 비어 있는 컨테이너가 넘치고,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선 수출을 위한 컨테이너가 부족하다. 매년 빈 컨테이너를 해상으로 운송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약 8조원(약 67억 달러)을 쓰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빈 컨테이너 해상 운송에 연간 약 4000억원을 사용하고 있다. 접이식 컨테이너를 도입할 경우 전 세계는 2조원이면 빈 컨테이너를 운송할 수 있고, 국내 운송도 3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공간 문제 해결은 덤이다. 이날 의왕ICD 37만7742만㎡ 부지 중 76%를 차지한 건 빈 컨테이너였다.

철도연 김기환 원장은 “2018년까지 접이식 컨테이너 약 40개를 만들어 부산,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물류 시장에서 직접 활용하는 시범 사업을 하고 2019년부터 전 세계 물류시장에서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