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연, 한국교회 연합논의 동참 의사

입력 2017-01-22 21:17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왼쪽)과 정서영 한교연 대표회장(오른쪽 세 번째), 고시영 한교연 한국교회통합추진위원장(오른쪽 두 번째) 등은 20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연합논의에 앞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한국교회의 연합을 위한 논의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교연은 그동안 이단과 절차상 문제 등을 이유로 논의 참여를 거부해왔다. 한교연이 연합 논의에 적극 참여하면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를 중심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교연을 아우르려는 노력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연합논의에 뛰어든 한교연

한교총 소속 주요 교단장과 한교연 인사들은 20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간담회를 갖고 연합 논의를 다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한교연은 한기총의 이단문제 선(先)해결, 한교총 출범의 절차상 문제 등을 이유로 대화를 거부했다. 그러나 다락방 류광수씨가 이끄는 세계복음화전도협회가 한기총을 탈퇴하고 한기총 선관위가 김풍일씨에게 ‘대표회장 후보자격 없음’이라는 철퇴를 내리자 한교연이 내세웠던 이단 반대 논리는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게다가 정치적인 원로급 인사들에 의해 한교연이 좌지우지되는 고비용 정치구조가 알려지면서 한교연에 대한 회의론마저 불거졌다. 급기야 한교연 핵심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대신, 기독교대한성결교회마저 한교총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한교연이 선택한 방법은 한교총 핵심 인사에 대한 이단성 조사와 내용증명 발송, 언론사 취재통제였다. 그럼에도 ‘한교연이 기득권은 내려놓지 않고 분열의 책임을 한기총에게 돌리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수그러지지 않자 한교연은 뒤늦게 한국기독교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주도권 되찾으려 시도

이날 대화에서 한교연의 입장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김요셉 한교연 전 대표회장측은 한교총 출범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화상대가 한국교회교단장회의인지, 한교총인지 확실히 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교총을 인정하지 않고 현재까지의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시영 한국기독교통합추진위원장 측은 “지나간 일을 놓고 갑론을박하면 감정만 상한다. 그러지 말고 이제부터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고 목사는 예장통합 소속으로 교단 내에 일부 영향력을 갖고 있고 한교연을 설립한 박위근 전 한교연 대표회장과 친분도 두텁다. 고 목사를 통해 한교총 핵심 교단인 예장통합을 움직이겠다는 뜻도 들어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한교연이 직면한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과거 패러다임을 고수하다보니 주요 회원교단의 재정지원이 끊기면서 조직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계 한 관계자는 “한기총이 이단문제 해결 등 대대적인 조직 개혁에 나선 상황에서 한교연이 수성을 위해 마지못해 면피용 대화에 나선다면 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교총 출범을 주도한 A총회장도 “한교연이 원로 인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고비용 정치구조를 계속 고집한다면 한교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뛰어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지금은 한국교회를 위해 한교연이 지닌 기득권, 낡은 패러다임을 과감히 내려놓을 때”라고 충고했다. 글=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