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시대교체’를 내걸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안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의 형식과 내용에서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안희정의 5시간 즉문즉답’이라는 이름으로 5시간짜리 온·오프라인 대선 출정식을 했다. 국회 다수당에 국무총리 지명권을 주고, 총리가 내치를 전담토록 하겠다는 ‘안희정식 연정’ 구상을 선보였다. 안 지사는 “그동안 얼마나 새 정치를 원하셨느냐”며 새로운 구상들을 밝혔다.
안 지사는 대선 출정식 ‘5시간 즉문즉답’에서 “역사는 이어달리기”라며 “새로운 (경제공약) 청사진은 내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신 직선제 이후 여섯 정부의 장점을 계승·혁신하겠다고 밝혔다. 노태우(토지 공개념) 김영삼(세계화 전략 및 금융실명제) 김대중(외환위기 극복 및 IT산업 육성) 노무현(혁신경제) 이명박(녹색성장) 전 대통령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도 받아들여 발전시키겠다는 얘기다. 안 지사는 “이를 축약하면 개방형 통상국가, 혁신형 경제모델, 공정한 민주주의 시장질서”라며 “남북 평화의 바탕 위에 개방형 통상국가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혁신경제와 관련해서는 중소기업의 기술·아이디어·인재 유출방지 제도를, 공정한 민주주의 시장질서 조성 정책으로는 순환출자제도 금지, 자사주 의결권 제한, 금산분리 강화 등을 내세웠다.
안 지사는 복지공약에 대해선 “국민은 공짜 밥을 원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밝혔다. 다른 대선주자들의 포퓰리즘 논란을 겨냥해 “국민의 희생과 의무는 얘기하지 않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겠다는 그런 민주주의의 결과는 배신뿐”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국가재정은 타이태닉호의 구명보트 타는 순으로 써야 한다”며 노인 빈곤 및 자살 방지 등 취약계층 우선지원 방침을 내세웠다. 여성 문제에 대해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노라 말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행사에선 안 지사의 ‘아픈 곳’을 지적하는 질문도 쏟아졌다. 안 지사는 ‘사드 배치 존중’에 대한 비판에도 “무엇이 외교안보상 이익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대통령 후보로서 무겁게 처신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어 ‘사드 배치 찬성은 미국편, 반대는 중국편’ 식으로 가면 우리는 ‘폭망(폭삭 망한다)’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안 지사의 입장도 도마에 올랐다. 안 지사는 “일반 시민이라면 마구 비난했겠지만 저는 직업정치인”이라며 “무조건 구속시키는 것은 관(官) 주도의 옛날 방식 법감정”이라고 했다.
안 지사는 ‘친노’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문재인 후보와의 차별화에도 상당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제가 몇 달간 말이 어눌했던 이유는 문 후보와의 관계 때문에 그랬다. ‘디스(dis)’하는 것 같고 누군가를 비판하는 게 익숙지도 않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국민들이 다음 정부, 미래 한국의 방향을 묻기 시작했다. 비로소 저의 계절이 돌아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 후보 등이 강조하는 적폐 청산에 대해서는 “자꾸 과거 문제, 이미 청산이 끝난 문제를 극복하겠다고 공약을 내기보단 대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한 안 지사의 대선 출정식 온라인 생중계는 4000여명이 지켜봤다.
강준구 정건희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안희정式 연정 구상… “다수당에 총리 지명권”
입력 2017-01-22 18:01 수정 2017-01-22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