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내 전세살이… 빚에 눌린 서민

입력 2017-01-23 05:01
전셋집을 마련하기 위해 얻은 빚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전세가가 뛰면서 전세자금 대출액도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빚을 갚지 못해 채무조정(워크아웃)을 신청한 사람은 10만명에 육박했다. 빚에 허덕이는 20대도 늘고 있다. 살 집을 얻는 일이나 사회생활이나 모두 빚과 함께 시작하는 셈이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KEB하나·농협은행)의 지난해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34조485억원이었다.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규모는 2010년 2조3196억원이었다. 그러나 2011년부터 3년 동안 매년 3조5000억원가량 늘었다. 특히 전세난이 심해진 2014년부터 증가 규모는 연간 5조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엔 10조3849억원이나 증가하면서 전체 대출 잔액이 30조원을 뛰어넘었다.

전세금 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때와 전세가 폭등 시점은 일치한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2014년 2억9368만원이던 서울지역 평균 전세가는 지난해 말 4억2051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여기에다 늘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도 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채무조정(개인워크아웃, 프리워크아웃) 신청자는 9만6319명으로 전년보다 4799명(5%) 증가했다. 채무조정은 빚이 과도하게 많아 갚기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상환기간 연장, 연체이자 감면 등을 통해 회생을 지원하는 제도다.

채무조정 신청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경제활동의 주축인 30∼50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접수된 개인워크아웃 신청자 5만9054명 가운데 40대가 30.9%(1만8227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 27.5%(1만6249명), 50대 22.0%(1만3023명) 등이었다.

채무조정 신청자는 2014년 8만5168명, 2015년 9만1520명 등 최근 증가세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20대가 두드러진다. 개인워크아웃 신청자 가운데 20대 비율은 2014년 9.6%, 2015년 10.5%, 지난해 1∼3분기 11.1%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취업난 영향으로 ‘빚의 굴레’에 빠진 20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로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