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10억 달러 소송 제기… 입지 더욱 좁아지는 퀄컴

입력 2017-01-22 18:08
불공정 관행을 견뎌오던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반격이 시작됐다. 애플이 세계 최대 모바일 칩셋 제조사인 퀄컴을 상대로 10억 달러(1조176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 중국 대만 유럽연합(EU) 등도 퀄컴의 ‘갑질’을 문제 삼으면서 퀄컴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21일(현지시간)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퀄컴을 제소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퀄컴이 10억 달러에 달하는 리베이트 금액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애플이 퀄컴의 반독점 행위를 조사하는 한국 당국에 협조했기 때문이란 게 애플 측 설명이다.

지난달 2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퀄컴이 국내 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인 1조300억원을 부과했다. 애플은 공정위가 퀄컴의 불공정행위를 조사하면서 자사에 협조를 요청했고, 이에 응한 것을 빌미로 퀄컴이 보복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애플은 또 퀄컴이 수년간 독점적인 지위를 내세워 기술 특허와 지적재산권 로열티를 강요하는 불공정행위를 해 왔다고 주장했다. 애플이 퀄컴의 ‘갑질’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미 당국과 소비자들의 제소가 잇따르는 등 ‘반퀄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퀄컴은 같은 혐의로 지난 17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제소를 당했다. FTC는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다른 칩셋 제조사와 협력하는 것을 퀄컴이 막았다고 판단했다. FTC가 퀄컴을 제소한 지 하루 만에 미국 소비자 10여명도 퀄컴에 소송을 걸었다. 퀄컴이 모바일 칩셋에 과도한 로열티를 매기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에 스마트폰을 사게 됐다는 것이다.

퀄컴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퀄컴은 성명을 통해 “애플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퀄컴 측은 “애플은 우리가 개발하고 공유한 라이선스와 기술을 의도적으로 폄하하고 있다”며 “애플이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규제기관들이 자사를 공격하도록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