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희정의 ‘낯선’ 출마선언 주목한다

입력 2017-01-22 18:12
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 형식과 내용은 상당히 ‘낯선’ 것이었다. 출마선언문을 읽고 기자회견을 하는 통상의 방법 대신 소극장에서 유권자들과 5시간에 걸친 ‘즉문즉답’을 했다. 당면 현안부터 집권 구상까지 다양한 생각을 밝혔다. “국회 다수당에 총리 지명권을 주겠다.” “새로운 경제 청사진은 없고 지난 대통령 6명의 정책을 이어받겠다.” “세금을 누구에게 더 나눠주는 식의 복지정책은 안 하겠다.” 위안부 협상, 사드 배치, 이재용 영장 기각 등을 놓고는 이른바 진보 진영의 정서에 어긋나는 주장을 펴 질문 공세를 받기도 했다.

1위 주자보다 지지율이 한참 낮은 그의 출정식에 주목하는 건 달랐기 때문이다. 어쩌면 불리할 수도 있는 주장을 쏟아냈다. ‘노선이 다른 정당과도 연정할 수 있다, 5년 단임제에서 실종됐던 정책 연속성을 회복하기 위해 보수 대통령의 정책도 계승하겠다, 복지는 중요하나 포퓰리즘으로 대통령 될 생각은 없다, 외교와 안보는 감정보다 국익에 따라야 한다, 재벌은 문제지만 법의 판단은 인정하자….’ 안 지사가 5시간 동안 한 말은 이런 뜻이었다. 이념과 진영의 이분법을 넘어서겠다는 생각이 보인다. 그런 정치는 우리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것이기에 낯선 만큼 신선했다. 안 지사가 추구하는 정권교체, 시대교체의 방향은 옳다. 관건은 아직 이미지일 뿐인 신선함을 실천 의지가 담긴 구체적 내용물로 구현해 유권자의 공감을 얻어내는 일이다. 그것을 하려면 진정성을 갖고 인내하며 설득해야 한다. 출마선언에서 꺼낸 말이 단지 득표력 확장을 위한 수사(修辭)가 아니었기를 바란다.

후발주자의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는 건 기존 주자들 모습이 실망스럽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들 바꾸겠다고 하는데 지지율 1위는 “내가 하면 바뀐다”는 논리를 고집하고, 2위는 뭘 어떻게 바꾼다는 건지 오리무중이다. 촛불집회의 장엄함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정치를 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되겠다”고 끄덕여지는 말을 들을 수 없으니 “다르게 하겠다”는 말에 관심이 가는 것 아닌가. 촛불에 올라탔다는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자신이 하고 있는 정치가 박근혜정권을 실패로 이끈 기존 정치 행태와 과연 얼마나 다른지 이제라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