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대학, 왜 평가에 취약한가?

입력 2017-01-22 21:19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한국루터회관에서 ‘소규모 대학의 대학구조평가 역량 제고 방안’에 대한 특별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루터대 제공

기독 대학들이 신학과 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사회 수요를 즉시 반영해야 하는 일반학과의 교육과정 개선에 둔감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는 3월 발표될 정부의 2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재민 루터대 기획실장은 19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한국루터회관에서 열린 ‘소규모 대학의 대학구조개혁평가 역량 제고 방안’ 특별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실장은 “기독 대학은 불변의 진리인 성경을 토대로 교육이 진행되는 신학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설립이념에 집중하다보니 미래 수요와 사회요구 등을 반영한 융·복합적 교양교육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수학습지원센터 취·창업지원센터 학생상담센터 등 비교과 과정 운영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며 “의사결정을 할 때 외부 위원을 위촉하거나 산업체 의견을 수렴하는 데도 진입장벽이 높았고 교단의 교리만 중시하는 풍토로 인해 외부 환경변화에 대처할 교직원의 전문성도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정 실장은 재정문제나 대학구조개혁평가 등 소규모 기독 대학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각 대학이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를 교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500년 전 마르틴 루터가 95개조 의견을 던져 변화를 이끌어 냈듯이 소규모 기독 대학들이 연합을 통해 각 대학의 설립이념을 구현하고 인구절벽 시대에 새로운 대학의 기능과 생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의 기독 대학 교직원 2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특별세미나에선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이 ‘한국대학의 구조개혁 이슈와 도전’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백 위원장은 미국 소규모 대학들의 운영사례를 소개하며 “소규모 대학은 교원과 학생이 밀접히 연계될 수 있는 만큼 학생들에 대한 인성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 한양대 교수학습지원센터 오현숙 박사가 ‘소규모 대학의 교수학습지원센터의 필요성’, 한세대 인재취업센터 맹주혁 팀장이 ‘경기 서남권 대학교 협의체의 2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 대비 사례 발표’를 주제로 발제했다.

기독교한국루터회 김철환 총회장은 축사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루터의 개혁정신에 입각해 소규모 대학의 정체된 발전의식을 고취시키고 소통과 공유를 통해 상호발전하자는 취지로 이번 세미나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권득칠 루터대 총장대행은 “기독 대학과 소규모 대학들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