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검 수사에 뻗대는 朴 대통령과 최순실

입력 2017-01-22 18:12
특검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구속영장에 박근혜 대통령 지시에 따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작성됐다는 내용을 적시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한 달여 뒤인 2014년 5월쯤 좌파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정부 예산이 지원되지 않도록 김 전 실장에게 지시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블랙리스트의 출발점이 박 대통령이라는 의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 기각으로 다소 휘청거렸던 특검이 박 대통령을 향한 칼날을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랙리스트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큰 사안이다.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사실이 확인되면 직권남용을 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헌법 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헌재는 이를 근거로 탄핵심판을 인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 대통령 측은 중대성을 감안한 듯 강공으로 전환했다. 박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언급한 언론사 등에 대한 고소 및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 측은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며 끝까지 부인할 가능성이 높다. 문체부가 23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로 한 것과 대비된다.

최순실씨의 경우는 더 심하다. 최씨는 특검팀의 7번 소환에 6번이나 불응했다. 강제구인을 당하더라도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뜻까지 피력하고 있다. 특검의 국정농단 수사를 방해하겠다는 것과 진배없다. 최씨는 특검의 강압 수사를 이유로 들고 있다. 변호인의 법적 참여가 보장돼 있는 특검 수사에서 강압 수사라니 말이 안 된다.

특검은 김 전 실장 등이 여전히 블랙리스트 지시나 관여를 부인하는 점을 예사로이 넘겨선 안 된다. 그들을 옥죌 증거가 부족한 것으로도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은 박 대통령 대면 조사에 앞서 부인하지 못할 직접 증거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 대통령 측의 반격에 수사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