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바마 흔적 지우기로 시작… CIA 장악 ‘잰걸음’

입력 2017-01-22 17:58 수정 2017-01-22 21:27
미국 워싱턴DC에서 20일(현지시간)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전임 대통령 내외가 환한 표정으로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왼쪽부터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로절린 카터 부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부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부인 로라 부시.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행보는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는 일과 정보기관인 중앙정보국(CIA) 장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까지 직무 수행 3일이 지났지만 미 상원의 인준을 받은 장관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 2명에 그쳤다.

오바마 지우기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접수한 뒤 가장 먼저 달라진 건 대통령 집무실의 커튼이었다. 대통령 집무실의 커튼은 20일 오전만 해도 진홍색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치고 퍼레이드를 펼치며 백악관에 입성한 뒤 커튼은 금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라진 커튼을 배경으로 집무실 책상에 앉아 만년필을 꺼내 들고 행정명령 1호에 사인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핵심 업적인 오바마케어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오바마케어는 건강보험을 확산시키기 위해 저소득층에 지원금을 주는 한편 가입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가하도록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첫 행정명령은 건강보험 가입대상 기관이나 개인이 의무를 지키지 않더라도 행정처분을 받지 않도록 했다. 오바마케어를 대체하는 내용까지 담은 건 아니지만 오바마케어를 폐기하는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을 통해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 추진한 모든 규제를 중단하고, 관보에 게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발표한 규제는 모두 취소됐다.

CIA 장악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기관 중 첫 방문지로 선택한 곳은 CIA 본부였다. CIA는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의혹을 조사 중이다. CIA는 러시아가 트럼프의 당선을 돕기 위해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해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CIA의 판단을 토대로 러시아 외교관 추방 등 보복을 단행했다.

트럼프는 당선인 시절 자신의 음란한 동영상을 러시아가 촬영했다는 정보기관의 보고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CIA를 정보 유출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CIA 국장을 교체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오 전 하원의원을 신임 CIA 국장으로 지명했지만, 아직 상원 인준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취임식 다음날인 21일 오후 3시 버지니아주 랭리에 있는 CIA 본부 방문을 강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CIA 직원 400여명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여러분이 나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나는 여러분을 매우 지지한다”며 “CIA가 우리를 안전하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조직 중 하나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반기를 든 CIA를 장악하기 위해 서둘러 CIA를 방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CIA 등 정보기관을 홀대하고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