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이끄는 새로운 미국에 대해 전 세계 지도자들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미국과 해외 언론들은 혹평 일색이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위협받게 된 상황을 지적하며 “세계 경제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자 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규율에 기초하고 공동 가치에 토대를 두면서 함께 행동하는 것이 최선이 될 것”이라며 “의견이 다를지라도 서로 존중하며 생각을 교환하면 타협안을 가장 잘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대서양 양편의 번영과 안보를 위해 협력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밀월 관계를 예고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조만간 전화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크렘린궁 측은 “푸틴 대통령이 며칠 내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축하 인사를 전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해외 주요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가 화합보다는 분열을 조장했다고 비난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사는 ‘분명한 실망’으로밖에 표현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전임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자주 등장했던 자유나 정의, 평화와 같은 단어들이 이번 취임사에는 빠졌고 대신 ‘살육(carnage)’이나 ‘빼앗긴(ripped)’ 같은 단어를 들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취임사가 품위 없을 뿐 아니라 충격적일 정도로 역사에 무관심한 비전을 드러냈다”며 “그의 임기에 희망보다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트럼프에 대한 기대가 애초 높지 않았지만 트럼프 임기를 여는 첫 순간은 실망을 넘어섰다”며 “그의 연설은 억울해하고 불안해하는 백인들에 집중하는 데서 나아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취임사라기보다는 집회에서 나올 연설이었다. 트럼프가 후보 시절과는 다르게 정부를 이끌 것이라는 생각을 뿌리 뽑았다”고 혹평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트럼프의 분열적 대선 캠페인 때문에 불안해하는 미국인을 안심시킬 만한 말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취임사는 대선 기간 수사(修辭)가 재탕됐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사설에서 “분노와 기성 정치에 대한 경멸로 끓어올랐다”며 “이제 세계는 이전 미국 대통령들과 다른 트럼프의 부적합한 단어들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반면 미국 보수 채널인 폭스뉴스는 “새로운 국가적 자존심과 미국식 애국주의의 회복을 호소했다”고 호평했다. 일본 언론도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로 미국 안팎에서 많은 사람이 불안에 휩싸였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김미나 기자
“백인 지지층 겨냥한 유세”… 취임사에 쏟아진 혹평
입력 2017-01-23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