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제품 사고 미국인 고용”… 보호무역 기조 더 강화

입력 2017-01-22 17:55 수정 2017-01-22 21:1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마친 뒤 워싱턴DC에서 열린 축하 무도회 ‘리버티 볼(Liberty Ball)’에서 프랭크 시나트라의 곡 ‘마이 웨이’의 선율에 맞춰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와 춤을 추고 있다. AP뉴시스

‘Buy America, hire American(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

달라진 게 없었다. 미국 현지시간 20일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선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통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부각됐다. 선거운동 당시 제시한 고강도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에서 조금이라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한국 정부는 시나리오별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바싹 날을 세웠다. 그는 “우리는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면서 우리의 부와 힘을 잃었다. 다른 나라들이 우리 제품을 만들고 우리 기업을 훔치고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가 같은 날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린 6대 국정과제를 보면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선거운동 때보다 더 세졌다. 특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을 시사했다. 보호무역주의가 6대 국정과제 가운데 2개(외교, 무역)에 들어가 있는 것도 트럼프 정부의 굳은 의지를 엿보게 하는 지점이다.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이나 멕시코가 첫 번째 목표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트럼프는 기존 무역협정의 위반사례를 조사해 정부 차원의 단호한 조처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정부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보호무역주의 기조의 완화를 기대했던 정부는 겉으로 “좀 더 지켜보자”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트럼프의 취임식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전문가들은 통상에 관해 후보 때 (강경) 발언과 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며 기대감을 표시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예상보다 통상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그나마 한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는 표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22일 “미국 정부 보호무역주의의 우선 표적은 중국과 멕시코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가 언급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보다 일단 지켜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우리가 당장 표적이 아니라고 해서 안심할 수도 없다. 중국과 멕시코에 대한 통상압력은 우회로를 거쳐 한국 기업의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할 때 한국의 대중 수출은 1.5%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 환율조작국 지정, 반덤핑 조사 확대 등 크게 3가지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대응방안을 짜놓고 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지난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해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WTO 다자체제가 도전받는 상황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흔들림 없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