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우선주의… 정부와 정치권, 기업은 정신 차려라

입력 2017-01-22 18:12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는 섬뜩하다. 미국 우선주의는 이해하지만 그의 인식이나 실행 방향을 보면 무서우리만큼 가혹하고, 우리로서는 걱정이 앞선다. 트럼프는 “오늘부터 새로운 비전이 우리나라를 다스린다. 그것은 미국 우선주의다”라면서 “우리 기업을 훔치고, 우리 일자리를 파괴하는 유린으로부터 우리의 국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 적자국에 대한 그의 적대적인 인식은 동맹국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자국 이익을 위해서는 무차별적 보복을 가하겠다는 뜻이 분명하다. 트럼프발 글로벌 무역전쟁은 이미 시작됐으며, 수출중심 국가이자 대미 무역 흑자국인 우리에겐 분명 악재다.

트럼프의 이런 취임사가 비이성적, 비합리적이라도 우리나라는 동맹국으로서, 주요 무역 상대국으로서 종합적인 검토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속절없이 당하게 된다. 지난해 대미 수출은 665억 달러, 수입은 432억 달러로 233억 달러 흑자를 냈다. 트럼프는 이를 근거로 한국이 미국에서 돈 벌어가고, 미국인의 일자리도 빼앗아갔다는 지극히 자국 중심의 인식을 하고 있다. 트럼프 협박에 현대자동차는 5년간 31억 달러를 투자하고 공장 신설을 언급했으나 이는 시작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진출한 다른 한국 기업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를 더 마련하라고 윽박지를 것이 뻔하다.

미국 우선주의는 직접교역 뿐아니라 간접교역에도 악영향을 미치지만 우리가 대응하기에는 원천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 보복을 실행에 옮기게 되면 그 폐해는 우리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는 우리의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 중국 수출품의 중간재 상당 부분이 우리의 수출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그 파장은 실물시장과 금융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우리로서는 이중의 악재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 시대의 과제는 이미 알고 있다. 문제는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또한 미·중 환율전쟁 등 일부 사안은 우리와 직접 관계가 없는데도 그 폐해가 우리에게 전이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 정부, 정치권, 기업이 이 정황을 모를 리 없다. 앞으로 전개될 최악의 상황을 감안해 매우 정밀하고도 지혜로운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는 국제기구에 제소하는 등 당당하게 맞서되 고쳐야 할 것은 고쳐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힘을 보태야 한다. 4대 개혁을 완성할 입법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이 구축될 때까지 정치적, 정책적 혼란이 예상되지만 가용한 모든 경로를 활용해 트럼프 행정부와 신뢰를 담보할 인적 네트워크를 마련하는데도 소홀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