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美 금리인상 가시화… ‘가계빚 폭탄’ 비상

입력 2017-01-22 18:24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미국 금리 인상의 그림자가 세계 경제에 어른거린다. 가계부채 폭탄을 안은 우리 경제에는 특히나 위협적이다.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임명 등도 변수지만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의 머릿속’, 즉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금리 방향성을 결정할 최대 요인이 될 전망이다.

미국 정책금리는 연준이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해진다. 당초 재닛 옐런 의장은 올해 금리 인상을 3차례로 시사했지만 시장은 이를 2차례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근 FOMC 투표위원이 된 지방 연방은행 총재 4명 중 매파적 성향 인물이 전임에 비해 1명 줄어든 게 이유 중 하나다. 통상적으로 재정 긴축을 주장하는 매파 대신 재정 완화를 주장하는 비둘기파가 연준에 많아질수록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준다.

그러나 트럼프 체제에서라면 얘기가 다르다. 트럼프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달 대통령 취임 석 달 안에 3년째 공석인 이사진 2석을 채울 것이라고 공언했다. ‘감독부의장’직을 포함한 연준 이사진을 빠르게 장악해 전임 오바마 정부의 ‘도드-프랭크 법안’(Dodd-Frank Act·대형 금융사 규제·감독 강화 법안)을 무력화하는 게 1차적 목표다. 이사진은 FOMC 투표권을 갖기에 앞으로도 금리 인상 등 연준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연준 이사진을 장악하면 금리 인상 시기와 규모가 모두 오리무중에 빠진다. 현재로선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자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 트럼프의 발언을 고려한다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더할 가능성이 좀더 높다. 지난해 9월 트럼프는 “옐런 연준 의장이 저금리로 가짜 경제를 만들고 있다”며 연준의 저금리 정책을 비판했다.

김효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22일 “금리 인상 관련 가장 중요한 변수는 트럼프의 정책이지만 아직까지 어떻게 운영할지가 정확하지 않다”면서 “옐런 의장이 시사한 연준 방침 역시 새 정부의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 변할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가 재정정책을 강하게 시행해 경기부양 효과가 과열될 경우 연준 역시 금리를 서둘러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면 우리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높아진 미국 금리를 따라 자본이 유출되기에 이를 막으려면 한국은행도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시장금리와 함께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현재 부채만 1300조원을 넘은 가계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한은은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 자료에서 대출금리가 1% 포인트 상승할 경우 우리 가계 전체가 연간 약 9조원 규모의 이자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특히 저신용·저소득·다중채무자 등 금융 취약계층은 금리 상승에 민감하다. 상환 능력이 부족하고 변동금리 대출 비율이 높아 이들의 이자 상환 능력은 한계상황에 이를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 시기가 1회 이하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트럼프 집권 후 미국 경제지표가 되레 악화할 가능성 때문이다. 공약했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 못한 채 교역 고립만 심해진다면 연준으로서는 금리를 인상하기 어렵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장은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펀더멘털”이라면서 “연준 구성이나 이사진 임명도 중요하지만 미국 경제 향방이 어찌될지가 보다 더 근본적인 요소”라고 조언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