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투데이 포커스] 반기문캠프 지난 13일 모임때 무슨 일이

입력 2017-01-20 17:11 수정 2017-01-20 20:27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왼쪽)이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하기 위해 서 있다. 두 사람은 훈장 수여 이후 비공개로 면담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잇단 구설에 휩싸인 반기문 캠프에 자중지란(自中之亂) 논란이 추가됐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귀국 다음날인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지지 인사와 핵심 참모가 반 전 총장 앞에서 언쟁을 벌였다. 반기문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던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20일 “일상생활로 다시 돌아간다”면서 캠프를 떠났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반기문 캠프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반 전 총장을 싸고 있는 외교관 그룹은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지지 인사들, 참모들과 첫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김숙 전 유엔대사, 김봉현 전 호주대사, 이동관 전 청와대 수석, 박진 전 의원, 임덕규 월간 디플로머시 회장, 이규형 전 중국대사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반 전 총장은 “미국에 있을 때 보내준 자료들에 일일이 답하지 못했지만 다 읽어봤다”면서 “도와주고 환대해줘서 감사하다”고 회의를 시작했다.

이어 참석자들이 건의사항과 소감을 밝혔다. 임덕규 회장은 “창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반 전 총장은 “사람들이 나보고 ‘생각이 많다, 신중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이거다’라고 결심이 서면 겁 없이 밀어붙이는 사람”이라고 말한 뒤 “하지만 창당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캠프) 좌장을 정해 조만간 캠프를 재정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한다.

이동관 전 수석은 “SNS가 굉장히 중요한데, 체계가 안 잡혀 있다”면서 “이런 문제들을 모아 종합적으로 논의할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들의 비판과 지적도 이어지자 캠프를 이끄는 김숙 전 대사가 진화에 나섰다. 그는 “다음 일정이 있어 회의를 길게 할 시간이 없다”면서 “추가 건의사항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 달라”며 서둘러 회의를 끝마치려 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에 이 전 수석이 “어디로 메일을 보내라는 거냐”며 “캠프에 칸막이가 있으면 안 된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이 장면을 말없이 지켜만 보고 있었다고 한다.

곽승준 전 수석이 반기문 캠프를 떠나겠다고 밝히자 내분·알력 의혹은 더욱 거세졌다. 곽 전 수석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반 전 총장 귀국이 마무리되고 역할이 끝나 일상생활로 돌아간다”면서 “정치적 확대 해석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이 전 수석과 곽 전 수석 모두 이명박정부 인사들이라 반기문 캠프 내에서 외교관 출신들과 친이(이명박계)계 갈등이 폭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바른정당과 새누리당은 반기문 캠프의 연이은 헛발질에 분노가 쌓여 있는 상태다. 바른정당 의원은 “외교관은 본국 훈령이 있어야 움직이는 수동적인 사람들”이라며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외교관 출신들은 빠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