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특검 수사에 대한 자사 입장을 사내 인트라넷에 일방적으로 홍보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시니컬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순실(61·구속 기소)씨 일가를 지원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것을 반성하지 않고 자기변명만 늘어놓은 것 같아 아무리 ‘삼성맨’이라지만 낯 뜨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직원들도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삼성에 제기된 의혹과 특검 수사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사내 인트라넷 ‘Knox(녹스) 포털’ 메인 페이지 한가운데에 있는 ‘미디어 삼성’ 코너가 대표적이다. 이 코너 안에는 삼성 관련 이슈에 대해 반박·해명하는 ‘이슈와 팩트’, 삼성 관련 기사를 소개하는 ‘미디어 뷰포인트’,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 등이 있다.
그런데 지난 6일 ‘이슈와 팩트’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논란을 해명하는 카드 뉴스가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게시물의 제목은 ‘보다 정확한 이해를 위한 물산 합병 카드 뉴스’다. 삼성이 자체 제작한 이 카드 뉴스는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된 시점에 합병을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며 ‘합병이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이라는 판단에 따라 양사 주주총회에서 승인됐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최씨 측에 433억원 상당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합병 과정 전반을 챙긴 문형표(61)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6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에 대해 직원 A씨는 “청와대 홈페이지의 ‘이것이 팩트다’ 코너와 완전 판박이다. ‘셀프 변명’으로 논란을 덮으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카드 뉴스에서 공감을 나타내는 ‘좋아요’가 50개 정도 있는데, (삼성 전체 직원 비율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을 아직도 지지하는 전설의 5% 정도 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직원들은 익명으로 회사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서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한다. 지난 17일 한 사용자가 카드 뉴스를 언급하며 “메인에 떡 하니 걸려 있는 이 기사, 언제까지 봐야 할까요”라고 글을 올리자 다른 사용자들이 “자괴감이 든다” “기가 차서 열어보지도 않았다” “차라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삼성 관련 기사를 소개하는 ‘미디어 뷰포인트’에도 이 부회장의 구속과 특검 수사가 부당하다는 일방적인 내용의 기사가 며칠째 올라오고 있다. 이 게시글에도 공감을 나타내는 ‘좋아요’가 10건 정보밖에 안 돼 삼성 내부에서도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인 페이지 한가운데에는 ‘회장님의 쾌유를 기원합니다’라고 적힌 배너도 있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 악화되고 나서 생겼는데, 지난해 7월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댓글 기능이 없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B씨는 “삼성 직원들도 회사원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다. 여론을 생각해 차라리 자중하고 있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글=김판 기자 pan@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삼성 ‘인트라넷’ 반박·해명… 직원들 반응은?
입력 2017-01-20 17:20 수정 2017-01-20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