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코트에서 흥미진진한 반전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약체들이 외국인 선수의 활약으로 선전하고 있고, 강호들은 조직력이 무너져 울상을 짓고 있다.
겨울 구기 스포츠를 대표하는 두 종목은 공교롭게도 같은 날 ‘별들의 잔치’를 벌인다. 프로농구는 22일 오후 2시 20분 부산사직체육관에서, 프로배구는 오후 3시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올스타전을 개최한다. 올스타전 브레이크를 앞두고 두 종목의 판세를 짚어 봤다.
프로농구 삼성-KGC ‘양강 체제’
서울 삼성과 안양 KGC는 이번 시즌 프로농구 전반기 동안 리그 양강 체제를 구축하며 명가 재건에 성공했다. 반면 전통의 강호로 군림하던 전주 KCC와 서울 SK, 부산 kt 등은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KBL은 지난 18일 경기를 끝으로 6일간의 달콤한 올스타 휴식기에 돌입했다. 삼성(22승 9패)은 2위 KGC(21승 9패)에 0.5경기 앞서 전반기를 선두로 마쳤다. 이번 시즌 삼성은 리그 최고의 정통 포인트가드 김태술을 영입해 팀을 재편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 김준일 등 훌륭한 득점원들이 버틴 가운데 김태술의 가세로 ‘가드왕국’의 위용을 되찾았다. 여기에 ‘괴짜 용병’ 마이클 크레익까지 합류해 강팀으로 거듭났다.
KGC는 ‘주포’ 이정현이 국내선수 득점 1위(16.33점)에 오르며 효자 노릇을 했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던 오세근은 올 시즌 전 경기에 나서 데뷔 후 최다인 평균 32분 36초의 출전시간을 소화했다. 오세근은 경기당 14점 8리바운드로 공수에서 힘을 보탰다. 외국인 선수 키퍼 사익스와 데이비드 사이먼의 활약도 강팀으로 올라선 원동력 중 하나다.
하위팀들은 부상에 울었다.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팀 KCC는 주전 가드 전태풍과 센터 하승진의 시즌 아웃에 이어 득점기계 안드레 에밋 마저 부상을 당했다. 이들 대신 송교창 김지후 등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반등을 노렸지만 8위(11승 21패)로 전반기를 마쳤다. 27일 복귀 예정인 에밋에게 6강 진출의 희망을 걸고 있다.
kt는 드래프트 1순위 외국인 선수 크리스 다니엘스를 시작으로 조성민 김우람 박상오 등이 시즌 초반 부상 행렬에 동참했다. 올 시즌 kt는 부상 교체 등의 이유로 무려 7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거쳐 가며 확고한 팀 색깔을 갖지 못했다. SK도 선수들의 부상 탓에 전반기 동안 힘을 내지 못했다. 26일 상무에서 전역하는 최부경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개막 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울산 모비스는 선수들의 잇단 부상 악재에도 선전을 이어갔다. 양동근에 이어 올스타 휴식기 이후 복귀하는 이종현을 앞세워 후반기 반등을 노린다.
프로배구 외국인 선수에 웃고 울고
이번 시즌 프로배구의 키워드는 ‘외국인 선수’다. 남자부의 경우 처음으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제도가 도입돼 기량이 하향 평준화됐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하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외국인 선수는 우리카드의 크리스티안 파다르(21)다. 지난해 5월 트라이아웃에서 우리카드에 5순위로 지명된 파다르는 키가 197㎝로 외국인 선수들 중 가장 작다. 하지만 점프력과 체력으로 단신이라는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파다르는 20일 현재 득점 2위(641점), 서브 성공 3위(세트당 0.55개), 시간차공격 2위(성공률 69.57%), 후위공격 4위(성공률 51.26%), 공격성공률 5위(52.29%) 등 공격 부문에서 고르게 상위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 최하위 우리카드는 파다르의 활약을 앞세워 3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챔피언에 오른 OK저축은행은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조직력이 무너져 범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부진의 이유다. OK저축은행의 범실은 7개 팀 중 가장 많다. 반면 블로킹 성공은 가장 적다. 20일 안산 홈에서 치른 대한항공전에서도 블로킹 대결에서 2대 11로 열세를 보이며 세트 스코어 0대 3으로 완패해 6연패에 빠졌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전체 1순위인 미차 가스파리니(33·202㎝)는 이날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0득점을 올리며 선두 대한항공에 17승(7패)째를 안겼다.
현대캐피탈의 수비형 레프트 톤 밴 랭크벨트(33)는 최근 부진에 빠져 최태웅 감독의 애를 태우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무너진 ‘스피드 배구’를 정비하기 위해 톤의 교체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외국인 선수는 알레나(27·KGC인삼공사)다. 그는 지난해 4월 트라이아웃에서 2015-2016 시즌에 이어 또 낙방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캣벨의 대체선수로 V-리그에 입성했다. 큰 기대를 모으지 않았던 알레나는 현재 득점(582점), 공격성공률(43.71%), 오픈공격(성공률 43.84%), 후위공격(성공률 40.44%) 등에서 1위에 올라 있다. 최약체로 분류됐던 KGC인삼공사는 11승9패(승점 33)로 4위에 올라 있으며, 3위 현대건설(승점 34)을 승점 1점 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김태현 박구인 기자 taehyun@kmib.co.kr
부상, 외국인 선수에... 희비 갈린 겨울코트
입력 2017-01-21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