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설 연휴 전후로 유력 정치인들을 만나 합종연횡 타진에 나선다. 반 전 총장의 회동 대상은 김종인 손학규 안철수 박지원 김무성 정의화 정운찬 등 이른바 ‘연대세력 7인방’이다.
반 전 총장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회동 가능성에 대해 “가능한 대로 빨리 만나겠다”며 “조만간 일정을 잡아 정치 지도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귀국 후 영호남·충청 지역을 돌며 민심을 청취한 반 전 총장이 정치 세력화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설 민심뿐 아니라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반 전 총장은 ‘연대세력 7인방’과의 회동에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한 뒤 독자 창당이나 기존 정당 입당을 결정할 전망이다. 반 전 총장 측 인사는 “현재 7명의 유력 정치인들과 연락을 마쳤거나 연락을 취하는 중”이라고 했다. 안철수 전 대표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반 전 총장 측으로부터) 직접 연락받은 바는 없지만 앞으로 진행 과정에서 특별한 현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하면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선 결선투표제 등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해 뜻이 모인다면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심재철 박주선 국회 부의장을 각각 예방했다. 그는 정 의장과 만나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특히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저는 의회민주주의를 믿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보 문제 등 여러 현안을 놓고 대화했지만 반 전 총장의 향후 정치행보에 관심이 더 집중됐다.
정 의장이 “정당은 결정하셨느냐”고 묻자 반 전 총장은 “(결정) 못했다”며 “‘(독자적으로) 창당하는 게 좋다’ ‘여기(기성 정당)에 가는 게 좋다’ 등 많이 (조언을) 듣고 깊은 생각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일정과 관련, “헌재가 어떻게 할지 모르지만 벼락치기 시험공부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조언했다. 이에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직분에 충실하느라 시험공부를 하지 못했다”며 “의장님 지도를 받으면 좋은데 의장님께서 편파적이란 말씀을 들을 수 있으니…”라고 받아넘겼다. 그러자 정 의장은 웃으며 “저는 무소속”이라고 답했고 반 전 총장은 “저도 무소속”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도 몰려든 취재진에게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심 부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유엔에선 이런 식으로 취재는 안 하고 대개 좀 정리된 상태로 한다”며 “(한국에선) 미디어 수도 늘었고 상당히 열정적으로 취재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오전 조계사를 방문, “열린 마음으로 국민만 보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후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예방한 뒤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이 참석하는 외교단 인사회 행사에 참석했다. 반 전 총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에게 각각 전화로 귀국 인사를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반기문, 설 전후 ‘연대세력 7인방’ 만난다
입력 2017-01-20 17:25 수정 2017-01-20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