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클래식 음악계까지 도달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71·사진)씨가 3월 18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예정이었지만 비자 발급이 거부됐다. 이 같은 사실은 19일(한국시간) 영국 음악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가 운영하는 클래식 음악 뉴스 사이트 ‘슬립드 디스크(Slipped Disc)’를 통해 밝혀졌다.
실제로 구이양 심포니 오케스트라 홈페이지는 백씨를 대신해 중국의 신예 여성 피아니스트 사첸을 협연자로 교체해 놓았다. 레브레히트는 “백건우는 2000년 중국의 초청을 받은 첫 한국 연주자였다. 이번 공연 취소는 (사드 배치에 따른) 지역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백씨의 중국 비자 발급 거부 소식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한국 클래식계는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11월 이후 한국 연주자 공연 허가를 내준 바 없기 때문이다. 소프라노 조수미씨도 2월 광저우를 시작으로 베이징·상하이로 이어지는 중국 투어 공연을 위한 비자를 지난 12월 신청했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비자 발급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조씨 측 관계자는 “속사정을 정확히 알 수 없어 현재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투어 시작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내 클래식계는 ‘한한령’의 영향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클래식계 관계자는 “아직 사례 자체가 많지 않지만 전반적인 상황으로 볼 때 한한령 외에는 다른 이유가 없다”면서 “정치적인 것과 별개로 국가 간 문화 교류는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성숙한 대응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中, 백건우 비자 거부… 클래식에도 ‘한한령’?
입력 2017-01-20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