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기조로 지난해 우리 건설업체들의 해외 수주액이 2015년에 비해 40% 가까이 떨어졌다. 삼성물산이 3년 만에 수주액 1위를 탈환한 점이 눈길을 끈다. 올해는 유가 상승과 정부 지원 등으로 해외건설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총 282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5년(461억 달러)과 비교할 때 38.9% 감소했다. 역대 수주 실적이 가장 좋았던 2010년(716억 달러)과 비교할 때 60% 넘게 줄어든 수치다.
해외 수주 감소는 지난해 저유가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요인 탓이 컸다. 배럴당 40달러대까지 유가가 떨어지면서 산유국들이 발주를 줄였고, 중동과 아시아 지역의 공사 물량도 뚝 끊겼다. 세계경기 회복 부진도 한몫했다. 지난 2∼3년간 국내 주택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건설사들이 해외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점 등도 작용했다.
업체별로 보면 삼성물산이 51억1100만 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2013년 이후 3년 만의 1위 탈환이다. 두산중공업(34억2000만 달러)이 2위, 현대건설(29억7400만 달러)이 3위였다. 현대엔지니어링(23억5700만 달러) GS건설(20억9500만 달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6∼10위는 포스코건설(19억3400만 달러) 삼성엔지니어링(13억4800만 달러) 쌍용건설(9억5800만 달러) 대우건설(7억8700만 달러) 삼보이엔씨(6억3200만 달러) 순이었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중동보다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지반개량 공사(2800억원)와 말레이시아 사푸라 오피스빌딩 공사(2450억원), 싱가포르 지하철 톰슨라인 T313구간 공사(7370억원) 등이 밑바탕이 됐다. 두산중공업은 2조8000억원 규모의 화력발전소 건설을 수주하면서 현대건설을 누르고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위였던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주액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4위로 추락했다. 신규 시장 공략에 실패한 결과라는 평가다. 대형사가 주춤하는 틈을 타고 삼보이엔씨와 쌍용건설 등 중견 건설사가 약진한 것도 눈에 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해외 수주 상황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내놓은 ‘2017 경제산업 전망 및 주요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해외건설 수주는 지난해에 비해 20%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에 따른 개발 수요 증가와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란 시장 수주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대림산업은 최근 2조3036억원 규모의 이란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를 단독으로 수주하기도 했다.
정부 지원도 이어진다. 국토교통부는 건설 외교를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고위급 출신을 ‘해외건설 수주 대사’로 임명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1000억원 규모의 ‘글로벌인프라벤처펀드’도 만들어 우리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 진출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해외 건설 수주 ‘얼음장’ 작년 40%↓… 올해는 해빙기류
입력 2017-01-21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