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비선실세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최씨가 K스포츠 재단과 더블루케이를 실질적으로 지배했다고 말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최씨가 재단 직원 채용부터 연봉까지 결정했다”며 “재단 업무를 관장하는 리더라고 생각해 모든 사항을 다 최씨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20일 열린 최씨 등의 6회 공판기일에서 정 전 사무총장은 “최씨가 K스포츠재단 감사, 재무이사, 사무총장을 맡으라고 지시할 때마다 하루 이틀 뒤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이 전화를 걸어 똑같은 직책을 맡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안 전 수석과 함께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세무조사 무마’ 얘기가 나왔다고도 증언했다. 지난해 2월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을 위해 70억∼80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자 이 회장이 “최선을 다해 돕겠지만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돼 억울한 면이 있다”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다만 정 전 사무총장은 “안 전 수석은 그 자리에서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고, 최씨도 지원을 받지 말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차은택(48·수감 중)씨 추천으로 미르재단 상임이사에 임명됐던 이한선씨도 증인으로 나와 최씨를 미르재단 회장으로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최씨가 회의 때마다 (재단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 차씨가 ‘회장님(최순실)한테 말씀드렸다’ ‘영향력이 있고 센 분이다’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씨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이 여의도 63빌딩에서 만났다는 말을 차씨에게 들었다고도 했다. 그는 “프랑스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 분교 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차씨 등과 함께 이대에 찾아가 최 총장 등을 만났다”며 “(분교 관련) 회의가 너무 많아 김소영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에게 토로하니 김 비서관이 ‘VIP(대통령)가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날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17권을 모두 증거로 채택했다. 안 전 수석 측은 “검찰이 위법한 방식으로 수첩을 압수했다”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는 “검사가 수첩을 열람한 뒤 돌려주겠다는 말을 했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압수했다면 이를 위법하다고 평가하긴 어렵다”며 “영장에 적힌 범죄사실과 안 전 수석의 수첩이 직접 관련성은 없다는 주장도 일부 타당하나 종국적으로는 관련성이 있다고 해석할 여지도 상당 부분 있다”고 설명했다.
글=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崔, 미르·K스포츠 실질적 회장이었다” 증언 쏟아져
입력 2017-01-20 18:29 수정 2017-01-20 2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