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60년대 北미술소품 일반 첫 공개

입력 2017-01-22 18:32 수정 2017-01-23 00:28
김관호, ‘모란’, 캔버스에 유채, 1956년 작(왼쪽). 손영기, 안악3호분 ‘행렬도’ 모사 작품. 1963년 작. 더숲갤러리 제공

황해도 안악군의 고구려 고분 벽화 안악 3호분에는 부엌 외양간 등 당시 풍속을 보여주는 그림이 무덤 주인공 초상과 함께 그려져 있다. 특히 기병 보병 악사 무용수 시녀 등 수백 명이 행진을 벌이는 행렬도는 장관이다. 1963년 북한에서 이를 일부 모사한 그림이 처음 나왔다. 북한의 3대 판화가로 꼽히는 손영기(1921∼)가 꼼꼼한 필치로 재현한 것이다.

‘1950∼1960년대 북한미술소품전’이 지난 20일 문을 연 서울 노원구 노해로 더숲갤러리 개관 기념전으로 열리고 있다. 손영기를 비롯해 일제 강점기 일본에 유학한 한국인 2호 서양화가 김관호(1890∼1959), 조선미술전람회에서 내리 당선한 동양화가 정종녀(1914∼1984), 폴란드 인도 등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알렸던 리석호(1904∼1971) 등 9명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도쿄미술학교 양화과를 수석 졸업한 김관호는 졸업 작품 ‘해질녘’이 일본 문부성 주관 전시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특선을 받아 당시 엄청난 화제를 낳았다. 1916년 평양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 개인전을 열기도 했으나 후에는 후학 양성에 힘쓰면서 작품 활동은 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북한에서 작고하기 수년 전 그린 유화 ‘모란’은 그래서 반갑다. 손영기의 판화 작품 ‘투쟁’은 ‘해고한 인원들을 즉각 복귀하라’는 글귀와 함께 표현에서도 선동성이 강하다. 북한의 대표적 화가인 리현복(1935∼?)의 ‘판소리 명창 김창환’은 전통 초상화와 서양식 수채화를 접목시킨 화법이 흥미롭다.

전시된 작품은 1996년 중국 심양에서 열린 북한미술전시회를 통해 입수한 것으로 일반에 소개되기는 처음이다. 노원문고 탁무권 대표이사의 소장품이다. 그는 최근 노원구 중심가에 복합문화공간 ‘노원문고 문화 플랫폼 더숲’을 짓고 개관 기념전으로 이를 마련했다. 상가빌딩 지하 1층 200평 공간에 자리한 더숲은 갤러리, 아트영화관(40석), 팟캐스트방송실 카페, 공연공간을 두루 갖췄다. 전시는 2월 5일까지(02-951-0206).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