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한 비난이 도를 넘었다. 조 판사는 대가성과 청탁에 대한 소명 부족 등을 들어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법원과 견해 차이가 있다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여기까지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정상적인 일이다. 국민도 같은 논리로 찬반을 자유롭게 피력하면 된다.
그러나 기각 사실이 알려진 19일 오전부터 지금까지 불만을 품은 이들은 조 판사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을 퍼트리거나 명예훼손에 가까운 악담을 퍼붓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양심보다는 사익을 앞세운 판결을 했다”며 파면을 요구하는 서명이 진행 중이다. 또 “조 판사가 ‘삼성 장학생’ 출신이다” “아들이 삼성에 취업할 예정이다”는 글이 SNS에 확산됐지만 법원 측은 헛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조 판사의 근무처 전화번호를 공개하며 항의 전화를 유도하고 가족의 신상을 털기도 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소속 변호사와 법학 교수들은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법원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가능하다. 하지만 유언비어를 유포하거나 판사 개인을 공격해선 안 된다. 이 역시 중대 범죄에 해당된다. 야당도 선동적 언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이 삼성공화국임을 인정해준 셈”이라는 논평을 냈고, 한 의원은 방송에 나와 “사법부를 향해 침이라도 뱉고 욕설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사법부가 완전히 미쳤다”고 막말을 했다.
삼성 측도 이번 기회에 국민 사이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반(反)삼성 정서’를 새겨야 한다. 왜 유독 삼성과 이 부회장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국민과 동떨어진 기업은 지속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설] 조의연 판사에 대한 인신공격 지나치다
입력 2017-01-20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