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아침 눈을 뜬 시민들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민단체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며 성토했다. SNS에도 분노와 허탈감을 표시한 이들이 많았다. 보수단체는 영장 기각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퇴진행동 측은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는 궤변”이라며 “사법부는 돈 앞에 무릎을 꿇었고 법치주의는 땅에 떨어졌다”고 규탄했다. 또 “특검은 주저하지 말고 다시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퇴진행동 회원 등 시민 30여명은 ‘이재용 구속’ ‘헬조선 주범 재벌을 처벌하라’고 적힌 손 팻말을 들었다.
시민단체들과 양대 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법원의 기각 결정을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뇌물죄 혐의와 이 부회장의 증거인멸 가능성을 고려하면 구속영장 기각은 납득되지 않는다”며 재벌 봐주기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법원의 판단에 유감을 표했다. 민주노총은 “조의연 판사를 ‘삼성 장학생’으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한국노총도 “사법부 스스로 적폐 청산의 대상이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SNS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에 있으면 삼성이 조직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은폐할 가능성이 높다. 영장을 다시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장기각을 결정한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 사무실에는 항의 전화도 쇄도했다. 일부 네티즌은 조 판사의 집 주소를 수소문하기까지 했다.
21일 열리는 13차 주말 촛불집회에 영장 기각이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퇴진행동은 “법원이 국민의 분노를 외면하겠다면 우리는 광장에 모여 범죄 집단 재벌총수 구속 처벌을 더욱 강력히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노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삼성 불매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박사모 등 보수단체들이 모인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법원의 영장 기각을 환영하다는 뜻을 밝혔다. 탄기국은 “선무당이 생사람 잡을 뻔했다. 불의 무도한 특검, 즉시 문 닫아라”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단돈 1원도 먹지 않은 대통령을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옭아 넣으려던 추악한 시도는 물 건너갔다. 특검은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글=김판 기자 pan@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시민단체 “유전무죄” … 보수단체 “특검 사퇴”
입력 2017-01-20 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