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고민에 빠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돌발 변수를 헤쳐나가야 한다. 영장 기각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에 줄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다.
특검팀은 19일 오전 5시쯤 법원의 이 부회장 영장기각 소식이 알려지자 긴박하게 움직였다. 자택에 머물던 박 특검은 구속영장 기각 소식을 듣고 곧바로 서울 대치동 사무실로 출근해 긴급 수뇌부 대책회의를 열었다. 특검팀의 부산한 움직임에서는 영장 기각을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가 허를 찔렸다는 듯 당혹감이 묻어났다.
이른 아침 긴급회의 직후 특검팀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기자들 앞에 나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매우 유감”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 특검보는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 검토한 후 내부 회의를 거쳐 향후 처리방향을 결정하겠다”면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 측에 약 430억원의 금전 지원을 했다며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관심은 특검팀이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에 쏠린다. 일각에서는 특검팀이 대기업 뇌물죄 수사에서 삼성이 갖는 상징성과 박 대통령 뇌물죄 혐의 입증 등을 고려해 보강수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최씨에게 뇌물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도 밝힌 상태다.
이 부회장을 압박하기 위해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부문 사장 등 삼성 핵심 관계자들부터 단계적으로 영장을 청구하는 ‘플랜B’도 거론된다. 최 부회장은 이미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입건됐다.
영장 재청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검팀이 삼성 뇌물죄에 대한 증거 확보와 진술 청취가 상당부분 이뤄졌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기 때문이다. 실제 대기업 총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재청구한 사례는 없다. 특검팀 1차 수사시한이 2월 28일이어서 삼성 관련 수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상황도 특검팀에게는 부담이다.
이외에도 특검팀이 이 부회장 구속영장 발부를 위해 삼성 자금의 성격을 세분한 뒤 각기 다른 범죄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또는 삼성 자금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려던 당초 계획을 포기하고,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논리대로 박 대통령과 최씨에게 직권남용과 강요 등의 혐의를 적용하는 쪽으로 수사방향을 전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이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박 대통령 뇌물죄는 수많은 탄핵 사유 중 하나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 영장 기각이 헌재의 탄핵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글=노용택 나성원 기자 nyt@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투데이 포커스] 허 찔린 특검… 탄핵심판엔 ‘미풍’
입력 2017-01-19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