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향해 ‘경고’… 오바마의 굿바이 기자회견

입력 2017-01-20 00:03
퇴임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가진 고별 기자회견에서 지그시 눈을 감고 작별인사를 건네고 있다. 그는 기자들을 폄하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는 달리 “백악관 기자들 덕분에 더 정직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AP뉴시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고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미국의 핵심가치(core values)가 위협받으면 목소리를 내겠다”고 엄중 경고했다. 18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퇴임을 이틀 앞둔 오바마는 백악관에서 임기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는 “한동안 정치와 거리를 두겠지만 핵심가치가 위기에 처하면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조적 차별’ ‘투표권 제한’ 등을 침해 사례로 거론했다. 특히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실상 미국인 청년을 추방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거듭 밝혀온 트럼프에게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을 만난 오바마는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언론의 비판을 ‘가짜 뉴스’로 비하한 트럼프와는 다른 태도를 드러냈다. 오바마는 “백악관에 상주한 기자 여러분 덕분에 정직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불굴의 의지를 갖고 미국을 좀 더 나은 나라로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오바마는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해 지난 대선 개입 의혹까지 안팎으로 맞붙은 러시아에 대해서는 “양국의 건설적인 관계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다만 “적대적인 정신(adversarial spirit)이 건설적인 관계를 방해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날을 세웠다.

백악관 이후의 삶에 대해 오바마는 “조용히 지내며 글을 쓰고 두 딸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일단은 시카고에 들어설 대통령 기념도서관 건립을 위한 모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마지막까지 희망의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그는 “미국과 국민을 믿는다”며 “우리가 진정으로 옳은 일에 충실하면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괜찮을 것”이라고 작별인사를 건넨 오바마는 기자들에게 “행운을 빈다(Good Luck)”며 브리핑룸을 나섰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