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 차기 ‘선장’으로 낙점됐다

입력 2017-01-19 17:49 수정 2017-01-19 21:01
국내 최대 금융그룹 신한금융지주의 차기 ‘선장’으로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낙점됐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조 행장을 추천하며 최종면접 중 자진 사퇴했다. 이에 따라 차기 신한은행장 레이스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19일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에서 회장추천위원회를 열고 회추위원 7명 만장일치로 조 행장을 회장 후보로 최종 추천했다고 밝혔다. 회추위는 “(조 행장은)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장에게 요구되는 통찰력,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고루 갖춘 인사”라고 선정 사유를 설명했다. 조 행장은 20일 이사회에서 적정성 심의·의결을 거쳐 회장 후보로 확정된 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1957년생인 조 행장은 대전고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은행 내 주요보직을 거쳤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2013년)을 맡기도 했다. 위 사장과 2015년 신한은행장 자리를 놓고 한 차례 대결을 벌였다. 당시 조 행장은 계파색이 옅어 조직을 화합시킬 인물이라는 평가를 바탕으로 신한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신한은행을 이끈 2년간 글로벌, 디지털 분야를 선도하고 스마트근무제를 정착시킨 공이 있다.

조 행장과 양강구도를 이뤘던 위 사장은 최종면접 과정에서 ‘순리’를 언급하며 조 행장을 추천하고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상경 회추위원장은 이에 대해 “신한금융지주 회장 다음가는 CEO인 신한은행장이 지주회장을 맡는 게 안정·발전”이라며 “위 사장이 조 행장에게 최대한 조력하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차기 신한은행장 레이스에서 위 사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금융은 오는 2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신한은행장을 선임한다. 위 사장은 수차례 행장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2015년엔 조 행장과 맞대결을 벌였으나 ‘신한 사태’ 주역인 라응찬 전 회장 계열로 분류되는 약점 탓에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2013년부터 신한카드를 이끌며 업계 1위를 수성한 강점이 있다. 여기에 조 행장을 추천하며 사퇴한 것이 위 사장의 약점을 상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조 행장이 신한은행을 이끈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금융지주회장직과 행장직 겸임 가능성도 있다. 신한금융의 경쟁사인 KB금융의 윤종규 회장은 3년째 은행장과 지주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그 밖에 제3의 인물 ‘깜짝 발탁’도 가능하다.

한편 민영화 이후 첫 은행장 선임을 앞둔 우리은행은 19일 임원추천위원회 3차 회의를 열고 후보군을 6명으로 압축했다. 후보군은 이광구 현 행장을 포함해 김병효 전 우리PE 사장,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김양진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윤상구 전 우리금융지주 전무 등이다.

임추위는 23일 면접을 진행해 2차 면접대상자(숏리스트)를 다시 한번 추린다. 이르면 설 연휴 전에 최종 후보 1명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최종 후보는 3월 2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은행장으로 선임된다.

압축후보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는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이광구 행장이다. 다만 이순우 전 행장에 이어 이 행장까지 옛 상업은행 출신이어서 옛 한일은행 출신들의 반발이 크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1998년 한빛은행으로 합병됐다. 한빛은행은 2002년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