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선 주자 부인들의 ‘내조 전쟁’도 이른 시기부터 불붙고 있다.
주요 대선 주자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정치적 비전과 정책공약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부인들은 재래시장, 공부방, 노인정을 샅샅이 훑고 있다. 모성애와 따뜻함을 내세워 보살핌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가가는 동시에 지역의 바닥 민심을 듣는다. 생생한 현장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후보자의 약점을 보완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한다.
가장 먼저 깃발을 든 것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부인 김정숙(63)씨다. 김씨는 지난해 추석부터 매주 화요일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로 내려가 ‘호남 민심’ 공략에 올인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19일 “공부방을 운영하는 아동센터, 장애인 단체를 방문하거나 종교계 인사를 만나는 식으로 현장을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성악을 전공한 김씨는 스스럼없는 성격으로 현장에서 강점을 발휘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김씨가 지역 어른들에게 인사하면 처음엔 팔짱을 끼고 왜 왔냐며 눈총을 주던 이들이 30분 정도 대화하고 나면 눈빛이 부드러워진다”며 “그동안 광주 민심이 문 전 대표에게 어떤 게 서운했는지 털어놓기도 한다”고 전했다. 새해 첫날 문 전 대표가 광주 노인정에서 떡국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할 때도 곁을 지켰다.
문 전 대표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후보들 중 선두주자 지위를 굳히고 있다. 하지만 호불호가 나뉘는 호남 민심과 스킨십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김씨의 광주 방문이 문 전 대표를 싫어하는 호남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씨는 이번 설 연휴까지는 매주 광주를 방문하고, 이후에도 꾸준히 광주를 찾을 계획이라고 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부인 김미경(54)씨도 ‘샤이(shy) 김 교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근 공개 활동을 늘리고 있다. 김씨는 지난 17일 안 전 대표와 함께 전남 여수 수산시장 화재현장을 방문했다. 여수는 김씨의 고향이다. 김씨의 대외활동은 국민의당 전당대회(15일) 이후 호남에서 ‘자강론’ 세몰이에 나선 안 전 대표에게 든든한 우군이다. 안 전 대표는 “이번 대선은 문 전 대표와 나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씨는 이달 초 딸 설희씨와 함께 여수 마라톤대회에도 참석했다. 10㎞ 구간을 1시간5분에 주파했다고 한다. 김씨는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평소 안 전 대표와 집 근처에 있는 중랑천 주변을 30분씩 뛴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내에서도 김씨의 적극적 활동을 반기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최근 김씨에게 전화해 적극적인 활동을 부탁드렸더니 그렇게 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김씨가 적극적으로 나서줘서 다행”이라며 “안 전 대표의 지지율 반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 부인 유순택(72)씨도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유씨는 원래 반 전 총장의 정치활동에 반대했으나 최근에는 가장 적극적인 지지를 보인다는 후문이다. 반 전 총장과 유씨는 고교 시절 각각 충주고 반장과 충주여고 반장으로 학생회 활동을 함께하며 인연을 맺었다. 지난 12일 반 전 총장 귀국 기자회견에 동행한 유씨는 13일 반 전 총장과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전직 대통령들을 참배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부인 민주원(53)씨는 안 지사 팬클럽 회원 사이에서 ‘갓주원’으로 불린다. 참여정부 초기 나라종금 사건 등으로 안 지사가 정치적 시련을 겪을 때 늘 곁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준 것에 존경과 감사의 뜻을 담아 지은 애칭이다. 민씨는 지난달 25일 안 지사와 함께 진도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가족들을 위로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부인 김혜경(50)씨는 지난 15일 이 시장 지지모임인 ‘손가락혁명군’ 출정식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박원순 서울시장 부인 강난희(60)씨도 19일 다른 야권 주자 부인들과 함께 서울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사랑의 떡국 나누기’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물밑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사진= 김지훈 기자
[기획] 대권주자들 보이지 않는 우군… ‘내조 전쟁’도 불꽃
입력 2017-01-20 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