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수감 중)씨에게 국정 문건들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호성(48·수감 중)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19일 헌법재판소에 나와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옹호 발언을 늘어놨다. 그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 능력이 탁월하다고 칭찬했고,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일 행적 의혹 제기를 ‘누워서 침 뱉기’라고 비난했다. 최씨에 대해서는 “존재하지 않고 뒤에서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뭐가 문제냐”며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
정 전 비서관은 “요즘 언론이 ‘대통령 본인이 연설문을 쓰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얘기”라며 “2004년부터 8년간 당대표급으로 활동한 수많은 연설, 행사(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일 잘하실 때는 연설문을 가진 때가 아니라 5∼10분 전쯤 ‘한 말씀 하셔야 한다’는 걸 알게 됐을 때”라며 박 대통령의 즉흥연설 능력을 치켜세웠다.
그는 박 대통령이 최근 비판받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고 장광설을 늘어놨다. 세월호 참사일 행적을 둘러싼 의혹들에는 “(대통령) 자신이 직접 구하는 것도 아닌데 책임자에게 지시하고 보고받는 게 당연하다”며 “그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굿을 했다느니, 누구를 만나고 미용시술을 받지 않았냐는 식으로 (의심)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라고 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는 최씨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개최에 실제 영향을 미친 정황이 드러났다. 정 전 비서관은 “2013년 10월 27일 최씨가 전화를 해서 대통령의 유럽순방 전 국무회의를 개최하라고 이야기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했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이 불거지자 최씨가 “훌쩍 가는 건 아닌 것 같다,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를 잡아보라고 하자”고 말했다는 것이다. 3일 뒤에 예정돼 있지 않던 수석비서관회의가 실제 열렸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가 박 대통령의 말씀자료 작성을 도운 것을 두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생각으로 의견을 구했다”고 했다. 또 “어느 정권이든 편안히 자문할 사람은 늘 존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가 국무총리 실장, 국정원장 인선 등 문건을 미리 받아본 것은 최씨가 인사에 관여했다기보다 “이렇게 발표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정도였다고 정 전 비서관은 주장했다.
그는 “최씨는 기본적으로 우리 입장에서 대외적으로 없는 사람,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도와주는 사람이었다”며 “최씨가 밖으로 등장하면서 일이 이렇게 꼬인 것 같다”고 황당한 말을 늘어놓았다. 소추위원 측 이용구 변호사가 “지금 말한 것이 바로 비선실세”라고 지적하자 정 전 비서관은 헛웃음을 지었다.
박 대통령이 차명폰(대포폰)을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차명폰을 썼냐고 묻는 질문에 잠시 망설이다 “그렇다”고 답했다. 차명폰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도 있을 수 있고, 여러 우려가 있어서”라고 말했다. 강일원 재판관은 “북한이 들어올 정도로 전화기가 허술해서야 되겠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내가 대통령에게 드리면서 이게 대포폰입니다 이렇게 말하겠냐”며 박 대통령은 차명폰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정현수 이경원 기자jukebox@kmib.co.kr
정호성 “최순실, 뒤에서 도와주는 사람… 뭐가 문제냐”
입력 2017-01-19 18:01 수정 2017-01-20 0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