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표적인 정치 팬클럽인 ‘반(潘)딧불이’ 김성회 회장이 “반 전 총장과 만나게 해주겠다”며 기업 사장 등으로부터 유엔 행사 후원금을 받고, 일부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후원금 제공자 중에는 공공기관 사장도 있어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김 회장이 운영하는 한국다문화센터 ‘레인보우합창단’은 지난해 9월 ‘세계평화의 날’을 맞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연했다. 국토부 감사관실 제보에 따르면 김 회장은 당시 한국전력으로부터 1억원, 삼성·현대차그룹으로부터 각각 3000만원을 협찬 받았다. 그런데 한국건설관리공사 김원덕 사장을 비롯해 전·현직 언론사·기업 경영자, 모 스포츠연맹 회장, 자영업자 등 외부인 7명도 동행했다. 이들은 기업과 별도로 각각 1000만∼1500만원을 다문화센터에 냈다.
한 참석자는 19일 “다문화센터로부터 ‘반 전 총장을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이 있었다”면서 “반 전 총장 면담을 기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참석자는 행사 당일 유엔본부 공연장 입장이 제한되자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는 김 회장이 반딧불이 창립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던 때다. 레인보우합창단 이사장은 충청향우회 총재 출신 오장섭 전 건설교통부(현 국토부) 장관이다.
국토부는 제보에 따라 공공기관인 한국건설관리공사 김원덕 사장의 참석이 적절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김 사장 후원금의 공금 사용 및 출장 처리 여부, 동행한 건설사 대표 등의 ‘스폰서’ 가능성 등을 확인 중이다. 사실관계가 확인될 경우 정식 감사에 착수키로 했다. 김 사장은 “휴가를 내고 레인보우합창단 자문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경비로 1000만원만 냈을 뿐 후원 여부는 모른다”고 말했다.
제보엔 김 회장이 후원금을 유용했다며 남은 금액의 용처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전·현직 다문화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방미 일정 경비는 1억2000만원 정도 소요됐다. 반면 전체 후원금은 기업 협찬과 외부인 후원금, 합창단원 회비 약 3000만원(1인당 130만원)을 포함해 2억7000여만원이다. 한 참석자는 “1500만원을 냈는데 이 중 경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문화센터에 후원했다”면서 “그런데 나머지 자금을 아이들에게 쓰지 않고 김 회장이 썼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적인 경비보다 많은 돈을 냈지만 숙소 등 매끄럽지 않은 문제도 있었다”고 했다. 다문화센터는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비즈니스 좌석 항공료도 30%를 할인받았다.
김 회장은 한전에서 9000만원, 삼성·현대차그룹으로부터 각 5000만원을 협찬받고 외부인에겐 각각 500만∼1500만원을 받아 총액이 2억50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 경비(1억9000만원), 유엔 직원 등 선물비(2000만원), 다큐멘터리 제작비(3000만원)를 쓴 뒤 잔액은 다문화센터 통장으로 받아 기부금 처리를 했다고 반박했다.
김 회장은 “외부인은 모두 오 이사장이 모셔온 분으로 난 한 번도 ‘반 전 총장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한 적이 없다”면서 “수년간 유엔 공연이 무산됐는데 오 이사장이 ‘좋은 일이니 내가 개인적 후원을 받겠다’고 해 성사된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기부금액에 대해선 “기억력이 좋지 않아 모른다. 영수증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자금을 유용하자던 전직 직원이 앙심을 품고 제보한 것”이라며 “조만간 영수증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새누리당 김성회 전 의원과 동명이인이다. 연세대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뉴라이트운동을 했으며, 이인제 전 의원 보좌관으로도 근무했다.
고승혁 정건희 기자
marquez@kmib.co.kr
[단독]“潘 만나게 해주겠다” 반딧불이 회장, 후원금 모아 유용 의혹
입력 2017-01-19 17:34 수정 2017-01-20 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