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산 공기청정기도 중국 사드 보복에 발목 잡혔다

입력 2017-01-19 18:12 수정 2017-01-19 20:33
사드 배치 문제와 맞물려 한국산 제품이 중국에서 잇따라 퇴짜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한국산 공기청정기도 발목이 잡혔다. 원산지가 한국으로 표시된 업체 4곳의 공기청정기가 성능 문제로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불합격 품목 중에는 LG전자 제품도 포함돼 있으나 해당 제품은 이미 단종된 것이어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공기청정기 성능문제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업체 8곳 중 우리나라 원산지가 표시된 제품은 LG·신일 등 4곳이었다. 이는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이 지난해 12월 20일 발표한 수입 공기청정기 조사 결과다.

질검총국은 모두 15개 국가, 34개 브랜드, 121개 공기청정기를 안전 부문과 제품 성능 부문으로 나눠 조사를 진행했다. 이 결과 16개 업체 24개 제품은 안전상의 이유로, 8개 업체 12개 제품은 성능 문제로 각각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한국산 제품 중 안전 부문에 문제가 있다고 지목된 업체는 2곳에 불과했으나 성능 문제가 있는 업체는 8곳 중 4곳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질검총국은 “안전 문제가 있는 제품은 설명서 및 표시에 결함이 있었고, 성능에서는 정화 능력·소음 등에 문제가 있어 불합격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품 중에는 이미 2년 전 단종된 제품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불합격 판정을 받은 LG전자의 PS-P809CB 제품은 출시 당시 중국 현지 기준에 맞춰 출시됐으나, 2015년부터 생산을 하지 않고 중국 내에서 판매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질검총국 발표는 2016년 공기청정기 기준을 강화한 이래 첫 발표여서 관심이 높았다. 질검총국 홈페이지 내에서도 공기청정기는 ‘자동차 리콜’ ‘생산 허가증’과 함께 인기 검색어에 오를 정도였다.

한국산 공기청정기 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향후 국내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에도 제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공기청정기 수입 강화로 다들 제품 라인을 변경했다”며 “그런데도 유독 한국산이 성능에서 불합격 판정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공기청정기는 ‘스모그 경제’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마스크 등과 함께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품목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기청정기 시장규모는 약 15억 달러(약 1조760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LG, 쿠쿠전자, 동양 매직 등이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최근 중국 내에서는 한국 원산지 제품에 대한 불합격 판정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질검총국은 같은 날 삼성, 대림 등 우리나라산 전자 양변기(비데) 43개에 대해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106개 조사 대상 중 불합격한 47개 품목 중 43개가 한국산이었다. 지난 3일 발표한 ‘2016년 11월 불합격 화장품 명단’에 있는 제품 28개 중 우리나라 제품이 19개였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