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초대석] 박원순 서울시장 “국민의당에 책임총리 줘서라도 공동정부 구성해야”

입력 2017-01-19 20:36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시청 집무실에서 가진 신년인터뷰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 의지를 밝히고 있다. 박 시장은 “서울에서 실험하고 만들어낸 성취가 전국으로 확장돼 대한민국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지훈 기자

박원순(61) 서울시장은 민선은 물론 관선까지 합쳐 역대 최장수 서울시장이다. 인권변호사를 거쳐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의 창립을 주도하며 시민활동가로 맹활약하다 2011년 10월 보궐선거를 통해 행정가로 변신했다.

2014년 7월 재선에 성공해 지금까지 5년2개월여를 ‘혁신’과 ‘협치’를 내걸고 천만 서울 시민의 삶을 챙겨왔다.

박 시장은 서울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대통령 선거 출마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시정을 챙기면서도 부지런히 전국을 돌아다니며 국민들에게 자신의 정치 철학과 비전을 알리고 있다.

19일 오전 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박 시장은 연일 강행군에 지쳤을 법도 한데 ‘국민권력시대’를 열고자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 연말 이후 전국을 뜨겁게 달군 촛불집회와 관련, “국민들의 요구는 낡은 질서와 기득권을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광복 이후 지난 70년간 적폐들을 통찰하고 이를 낳은 법령, 제도, 관행들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000만 촛불은 광장에서 펼쳐진 시민명예혁명”이라며 “이제는 정당정치가 그 힘과 뜻을 이어받아 시대적 과제를 실현해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그 방안으로 ‘공동경선을 통한 촛불공동정부 수립’을 제시했다. “지금이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협력과 공감의 정치로 개혁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공동경선을 통해 야3당 및 시민사회를 포함한 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함으로써 ‘민주연합함대’를 구축해야 합니다.”

박 시장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성공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도 공동정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설사 민주당이 단독으로 집권하더라도 국회는 여소야대가 될 수밖에 없어 엄중한 시대적 과제들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사력을 다해 공동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공동정부는 권한을 나누는 연정(聯政)이자 협치라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소하라는 시대적 요구에도 부합된다고 강조했다. 경선에서 진 세력도 차기 정부에서 역할을 맡아 함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가는 주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민주당 지도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 시장은 “민주당이 열린 자세로 국민의당과 정의당에 공동정부를 제안하고 이를 위한 공동경선을 실시하는 적극 나서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선에서) 야권의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동경선을 통한 공동정부 구성은 야권 분열로 3자 대결 구도가 될 가능성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이념과 태생이 다른 DJ(김대중)와 JP(김종필)도 DJP연합을 통해 IMF 위기를 극복하고 남북 평화 체제를 구축했다. 공동정부는 마음먹기에 달렸다”며 “국민의당에 책임총리 자리도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자신의 강점으로 최장수 서울시장의 경험을 꼽았다. 그는 “국가 대혁신이라고 할 만한 커다란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 국민과 소통하며 변화를 이끌어갈 유능한 혁신가가 필요하다”며 “서울에서 실험하고 만들어낸 성취가 전국으로 확장돼 대한민국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시정의 패러다임을 토목·건축 행정 위주에서 시민을 위한, 사람을 위한 행정으로 바꾼 점을 가장 큰 성과로 내세웠다. 또 복지예산 2배 확충 등을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자부했다.

최근 지지율 하락에 대해선 “정책과 비전, 능력을 비교하며 검증할 시기가 올 것”이라면서 “지지율은 늘 변동 가능하니까 (오르길) 기대하며 열심히 뛰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차기 정부는 (대내외 여건 상) 위기의 벼랑 위에 서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준비된 유능한 혁신가가 맡지 않으면 우왕좌왕하다 국민의 큰 기대와 갈망을 다 태워버릴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박 시장은 설 연후 민심을 살펴 본 후 대통령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글=라동철 선임기자, 김남중 문동성 기자rdchul@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