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를 말하다-<2> LG 양상문 감독] “올핸 우승보다 강한 팀… 한걸음씩 나아가겠다”

입력 2017-01-19 20:45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양상문 감독이 지난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본보와의 인터뷰 중 미소를 짓고 있다. 올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양 감독은 “우승보다는 강한 팀을 만들겠다. 승률을 지난해보다 더 높이는 것부터 시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승이요? 당장은 계획이 없습니다. 맨유의 퍼거슨 감독처럼 리빌딩을 계속해서 강한 팀을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지난해 모진 풍파를 겪었다. 성적이 바닥을 기던 여름, 팬들로부터 거센 사퇴 압력을 받았다. 일부 팬들은 경기장에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가을부터 힘을 내더니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올려놓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 선전을 거듭하며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더욱이 LG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좌완 에이스 차우찬을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하며 단숨에 우승후보로 뛰어 올랐다. 팬들의 기대치는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양 감독에게 자연스럽게 올 시즌 목표를 묻을 때 “우승할수 있다”는 답변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예상을 벗어났다.

“당장 우승계획은 없습니다. 엄청나게 큰 행운이 있어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스포츠는 분명히 계단이 있어요. 지난해 승률 5할을 달성했는데 이를 좀더 높이는 것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너무 소박한 목표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내 인생의 좌우명은 ‘어긋나지 않게 살자’다. 내게 일확천금의 운도 없기에 또박또박 한걸음씩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그동안 주위의 지적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내실이 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실천해왔다. 지난해 상반기 LG성적이 좋지 않아 팬들의 비판을 받았을 때도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양 감독은 “팬들이 추구하는 야구관이 있고, 생각도 저마다 다르다”며 “하지만 LG 감독으로서 야구단의 미래를 준비해야 했다. 가야할 길이 분명히 있었다”고 회고했다. 팀이 그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그의 신념을 끌고 가는데 일조했다.

양 감독은 “팬들에게 말은 안했지만 후반기에 반드시 반등을 이룰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수와 코칭 스태프 사이의 끈끈함과 함께 잠재력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팀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리빌딩이 급선무라고 단언했다. 양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예를 들었다. 그는 “퍼거슨 감독은 계속 우승하면서도 좋은 선수를 발굴하고 팀에 영합하지 않는 선수는 내보냈다”며 “야구단이 없어질 때까지는 리빌딩은 계속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도 우승에 대한 열망이 없냐고 물어봤다. 그는 “물론 궁극적인 목적은 우승이고 내 손으로 LG 우승을 만들고 싶다”면서도 “생각만 가지고 하면 안된다. 팀이 강해져야만 우승할 수 있다”고 전했다.

투수진 운영도 어느정도 윤곽을 그렸다. LG는 이미 데이비드 허프, 헨리 소사, 차우찬, 류제국으로 선발진을 정했다. 나머지 한 자리인 5선발에 대해 “임찬규와 이준형이 제일 유력하다”면서도 “신인급 선수 중에서도 선발로서 키울 선수가 조금 있다”고 언급했다.

양 감독은 불펜도 더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그 키는 신정락이 쥐고 있다고 했다. 양 감독은 “사이드암인 신정락이 불펜으로 가게 되면 질적 양적으로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올해 LG 선수들에게 ‘자기 할 것만 하자’고 주문했다고 한다. 양 감독은 “프로야구 선수로서 책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인이 잘해주면 나머지는 나와 스태프가 잘 융화시키면 된다”고 강조했다. 타석에 들어선 후 더그아웃에 들어올 때 깨끗한 옷차림이 아닌 흙이 묻은 채로 오라는 식의 투지도 강조했다.

양 감독은 끝으로 팬들에게 “LG 감독으로서 너무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가진다. 그러나 팬들이 원하시는 것을 다 들어드릴 수는 없다”며 “언제인지 모르지만 빠른 시일에 우승하기 위해선 내가 무엇을 해야할 지는 알고 있다.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글·사진=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