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용 영장 기각… 특검 수사 결코 위축돼선 안 된다

입력 2017-01-19 18:1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430억원대 뇌물공여, 97억원대 횡령, 청문회 위증 등의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영장은 실질심사가 끝나고 18시간이 지나서야 결과가 나왔다. 양측 법리 공방이 그만큼 치열했음을 말해준다. 조의연 영장전담판사는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검으로선 매우 유감스러운 판단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연결고리 하나에 흠집이 생겼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이 부회장과 삼성에 면죄부를 준 것이 결코 아니다. 인신 구속 필요성을 판단했을 뿐 권력과 재벌 간에 부당하게 돈이 오갔다는 수사의 본류는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 법원이 ‘현 단계에서’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듯 ‘현 단계에서’ 특검 수사 방향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수사는 흔들림 없이, 위축됨 없이 계속돼야 한다.

법원의 기각 결정이 촛불민심을 거슬렀다는 식의 비판도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법치를 말하면서 내 생각과 다르다고 법의 판단을 배척하면 법을 농단하고 있는 최순실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정의를 원하기에 특검을 출범시켰고 탄핵심판을 시작했다. 모두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된 일이다. 그 역할을 맡은 이들이 오로지 법에 따라 판단할 수 있어야 정의가 선다. 특검은 그동안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며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지금까지 검찰에서 찾아볼 수 없던 모습이기에 검찰 개혁의 전범이란 평가도 나왔다. 수사는 아직 반환점에 이르지 않았다. 이번 영장 결과와 상관없이 삼성과 권력의 유착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끝까지 파헤쳐야 하며, 최씨 이권에 돈을 댄 다른 대기업 수사도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거의 정점에 왔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혐의 입증은 이번 수사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마지막까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검이 찾아가고 있는 진실의 여러 가닥은 결국 박 대통령에게 모아질 것이다. 2월 초순으로 예정한 대면조사는 형식적 시간적 제약이 불가피하다. 이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진실에 접근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박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촉구한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정에서,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형사재판 법정에서 국정농단의 참담한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이 ‘대포폰’을 썼다는 진술까지 나왔다. 이제는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특검 조사에 임하라. 특검은 19일로 출범한 지 30일이 됐다. 다음 달 28일 1차 활동시한을 맞는다. 그때까지 해소되지 않는 의혹이 있다면 당연히 연장돼야 한다. 앞으로도 크고 작은 암초를 만나겠지만 현판을 내리는 날까지 수사의 칼날이 무뎌져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