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2기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시험발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19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이 제작한 신형 ICBM은 이동형발사대(TEL)에 장착이 가능한 미사일로, 기존 ICBM급 미사일 KN-08이나 개량형인 KN-14보다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체길이가 짧아진 것은 추력이 강화된 엔진을 사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군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 준비작업이 마감단계에 있다”고 밝힌 뒤 ICBM 시험발사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여 왔다. 특히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8일 “대륙간 탄도로켓은 우리의 최고 수뇌부가 결시하는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발사될 것”이라고 주장해 기존에 발사했던 고정형이 아닌 이동형 미사일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최근 이동형 ICBM 개발에 힘을 기울여 왔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성능확인을 위해 시험발사할 필요성이 있다. 북한이 그간 발사해온 장거리미사일 대포동 1·2호나 광명성 3호 등은 각각 함경북도 무수단 ‘동해미사일발사장’과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미사일발사장’에서 고정발사대를 이용했다. 이 때문에 북한 미사일 발사 준비상황이 미국의 군사위성 등 한·미 연합 정찰자산에 의해 사전 포착되고 발사궤적과 성공여부 분석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동형 ICBM은 첨단 정찰자산으로도 일일이 움직임을 포착하기란 쉽지 않다. 언제 어디서 발사될지 몰라 감시자산의 운용도 배로 늘려야 하고 감시인력도 더 많이 필요하다. 이동형 미사일 발사 후 재빨리 움직이면 보복공격도 쉽지 않다. 북한으로서는 은밀성과 기습성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인 이점이 커지게 된다. 이동형 발사대에 장착된 KN-08과 KN-14는 열병식 등에서 공개됐을 뿐 아직 시험발사된 적이 없다.
발사시점은 전략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이 신형 ICBM으로 보이는 물체를 한·미 정보자산의 감시망에 드러낸 것은 20일 미국의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과 관련이 깊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신임 미 대통령에게 북한의 군사적 능력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이 아직 확실히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ICBM을 발사한다면 대북 강경파들로 구성된 미국의 외교안보 라인을 자극해 예상보다 더 강경한 방안이 마련될 수도 있다.
때문에 발사 시기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일정시간이 흐른 뒤가 되거나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 광명성절 또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이 거론된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 발사로 트럼프 정부를 자극하겠다는 의도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정부 출범 후 첫 도발에 대해 ‘미국의 힘’을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최현수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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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신형 ICBM 도발 가능성 고조… 시기는 언제?
입력 2017-01-20 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