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초대석]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일자리 창출은 기존 중소기업 체력강화부터”

입력 2017-01-22 17:38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수사 과정에서 또 다시 정경유착의 검은 그림자가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우리의 경제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탄탄한 중소기업들이 국가경제의 기반을 구축해야 부정부패가 줄어들고 글로벌 시대에서 국가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차에 최근 서울 신대방동 중소기업연구원에서 만난 김세종(사진) 원장은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선 대기업 성장 주도의 산업정책이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러면서 그는 “번번이 구호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우리 중소기업의 실태를 냉정하게 조사해 중소기업을 키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제반 문제점을 해소하고 중소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발전을 위해 1993년 창립된 중소기업청 산하의 연구기관이다. 연구원은 2004년 재창립을 선언한 이후 중소기업의 현안 해결을 위한 실증적 연구 활동에 가일층 매진하고 있다.

2015년 8월 제5대 중소기업연구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일본 총합연구개발기구(NIRA) 초빙연구원, 명지대 금융지식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중소기업연구원에서 기획조정실장, 연구본부장, 부원장을 지낸 뒤 연구원 역사상 최초로 내부 승진을 통해 원장까지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도 연구원 내부 사정에 밝고 연구원들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원장은 인터뷰에서 정체된 성장, 수출증가율과 생산지수의 마이너스 기록 등 우리 중소기업에 드리워지고 있는 불황의 짙은 그림자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특히 현재의 제조업 불황 기간이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면서 “현장을 중시하는 연구원을 만들기 위해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내놨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우리 중소기업계의 분위기는 어떤가

▷경기가 나쁜데다 정치·경제적 여건까지 불투명하다보니 소비심리가 굉장히 위축된 분위기다. 흔히 ‘경제는 심리’라고 이야기하는데, 현재 소비자들의 심리가 너무 위축된 것 같다. 중소기업계가 여러 가지 도약을 준비해야 할 중요한 시점인데 안타까움이 많다. 경제가 호전되고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조금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떤 정권, 지도자라 할지라도 이러한 소명을 다하지 못하면 지탄받아 마땅하다. 위정자들이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4년 8월부터 중소기업연구원을 이끌어온 소감은

▷내부승진을 통한 첫 번째 원장이다. 2년 반 동안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하고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둬왔다. 이러한 노력 덕분이었는지 그동안 나름대로의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본원 이전, 젊고 유능한 인재 채용, 연구보고서의 질적 향상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 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각종 제약사항으로 인해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물론 일장일단이 있다. 취임 이후 기관이 도약했다는 외부의 평가가 있어 뿌듯하다.



-업무 특성상 현장 소통의 기회가 많을 것 같은데

▷연구원들은 책상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연구원들에게 소통의 기회를 가급적 많이 제공하기 위해 현장전문가들과 분야별 연구회를 만들었다. 1년간 6∼7개의 연구회를 만들어 지속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이러한 소통의 성과들이 실제 연구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 한 해에도 현장과의 소통에 주안점을 두고 연구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다.



-현재 연구원의 최대 현안은

▷연구기관 특성상 자율성과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자율성, 독립성이 잘 보장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재정여건의 취약성이 문제인데, 그나마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예산사정이 좋아졌다. 하지만 다른 국책연구소에 비하면 예산규모가 작은 편이다. 예산의 뒷받침이 돼야 훌륭한 연구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 앞으로 기관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전문인력 육성의 중요성을 어떻게 보는가

▷중소기업에 대한 연구 분야가 워낙 스펙트럼이 넓다보니 특정분야의 전문가 육성이 상당히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중소기업에 대한 다양한 전문성을 지닌 인재 육성이 시급한 과제다. 지금은 외부 전문가들의 조력을 받아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 여건이 된다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공정거래·산업조직·규제개혁 분야 등의 전문인력을 보강하고 싶다.



-최근 젊은 세대들이 바라보는 중소기업은 어떤가

▷과거에 비하면 조금은 개선된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중적이다. 국민들에게 ‘중소기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중요하다’고 답한다. 그런데 ‘자녀가 중소기업에 취업한다면’이라고 물으면 답은 또 다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점이다. 대기업, 공기업에 비해 임금과 복지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의 경우 중소기업이 대기업 임금의 80∼90%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60% 수준이다. 임금수준을 20∼30%는 올려야 한다. 지금 당장 올릴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대안으로 제시하는 게 ‘미래성과공유제’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업주들이 직원들과 미래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회사의 비전을 보여주고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에서도 과감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 CEO와 직원의 비전 공유가 중요하다. 직원들이 희망을 바라보며 일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4차 산업혁명 도래를 맞아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인공지능(AI) 등이 범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술이 보편화되면 거래비용이 감소하고, 기업 규모의 거대성 유인이 줄어든다. 유연하고 스마트한 혁신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이 보유한 인적 구성이나 기술이 이러한 혁명적인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그러한 대비가 철저하지 못하다. 준비가 철저하지 못한 상황에서 산업혁명이 온다면 그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회사는 생존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의 실태를 냉정하게 조사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정보화 수준, 핵심인력 보유현황, 신기술 도입 여건 등을 고려해 기업의 수준에 적합한 현장컨설팅을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기존의 인력을 재교육하고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관련 전문가의 협조도 필요하다. 범정부적 차원에서 각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맞이한다면 재앙일 수도 있다.



-중소기업 관련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양적으로 상당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질적인 차원에서는 또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스타트업(start-up) 기업의 육성에 힘써왔다. 그만큼 관련 정책들은 잘 정비돼 있다. 스타트업 기업이 어느 정도 자리매김을 했으니 지금부터는 규모를 키워나가야 하는데, 이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의 등장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기업들이 규모를 키우고 탄탄하게 자리매김함으로써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기업들이 성장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글로벌 정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안은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의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경제가 살아야 결국 국민 삶의 질이 향상된다. 결국 시작은 내 주변에 있는 상권을 이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결코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니다. 작은 실천이 경제를 살릴 수 있다.

이은철 기자 dldms87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