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들은 19일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데 대해 일제히 유감을 표했다. 일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을 거론하며 특검팀의 엄정한 보강수사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조계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민심과 동떨어진,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결정이어서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이번 일로 특검 수사가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며 “필요하다면 더 엄정한 보강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사법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들께서 느끼실 좌절감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더라도 영장을 기각했을까. ‘역시 삼성이 세긴 세구나, 대통령보다 세구나’라는 인식을 깨뜨리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 다른 잠룡들도 ‘사법부가 재벌에 무릎 꿇었다’며 반발했다. 이 시장은 “법이 정의를 외면하고 또다시 재벌권력의 힘 앞에 굴복해 대한민국이 재벌공화국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며 “차기 대통령은 재벌 해체에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도 페이스북에 “법원의 기각 사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들은 멘붕에 빠졌다”고 썼다. 이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회에서 정의가 바로 설 수 없다”며 “특검은 반드시 영장을 재청구해 부패척결, 재벌개혁 의지를 보이라”고 주문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실망스럽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사법부 판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안 지사는 “구속영장 기각이 정의로운가에 대해 국민들은 정서적으로 많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는 게 법치의 엄격성과 정의를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영장이 기각돼 다행이고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며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특별검사 수사와 헌법재판소 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해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영장이 기각돼 당혹감에 휩싸인 특검팀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참모들에게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정건희 권지혜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문재인 “특검 수사 위축돼선 안돼” 이재명 “재벌공화국 또 한번 증명”
입력 2017-01-19 17:44 수정 2017-01-19 2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