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낮 12시쯤(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 의사당 앞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위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새 대통령에 거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트럼프는 20일 낮 12시(한국시간 21일 새벽 2시) 이 곳에서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다.
트럼프가 취임 연설을 할 의사당 건물 외벽에는 대형 성조기 5개가 내걸렸고, 연단 아래에는 대형 조명탑이 세워졌다. 그 아래 의사당 마당에는 관객들이 앉을 흰색 의자 수천 개가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의사당에서 워싱턴기념탑까지 이어지는 1.5㎞ 구간의 잔디광장에는 지게차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하얀색 플라스틱 발판을 까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넓은 잔디광장을 발판으로 덮는 건 80만∼100만명의 운집이 예상되는 취임식 당일 비가 예보돼 있어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관광객들은 이 장면을 담느라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빴다. 시민들은 관광객들에게 다가가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며 사진촬영을 도와주면서 자연스레 새 대통령에 대한 다양한 기대를 나누고 있었다.
30대 중반의 한 남성은 관광객들 사이를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흥얼거렸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에게 다가가 소감을 물었더니 “몹시 흥분된다”며 “트럼프는 워싱턴에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메리라고만 밝힌 이 여성은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뉴욕에서 전날 왔다고 했다.
기자가 ‘새 대통령에 거는 기대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녀는 “미국은 지금 매우 분열돼 있다”며 “사회통합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25년 전 한국에서 잠시 보험사 근무를 했다는 메리는 지금은 일자리가 없어 쉬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88세 아버지를 모셔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내가 더 일을 해야 하는데 일할 곳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광장에 트럼프 지지자들만 모인 건 아니었다. 독일에서 왔다는 한 노부부는 “트럼프가 독일계 이민자의 아들이라는 게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쳤다. 워싱턴DC에서 근무하는 아들을 만나러 왔다는 이 독일인 부부는 “트럼프의 반이민자 정책이나,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을 화나게 하는 그의 외교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며 “트럼프 취임식이 열리기 전에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취임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은 시내 곳곳에서 감지됐다. 의사당에서 백악관까지 이어지는 펜실베이니아 도로 주변에는 가로등마다 성조기가 빽빽하게 꽂혀 새 대통령을 환영하는 듯했다. 그러나 취임식 직후 새 대통령이 퍼레이드를 펼칠 이 구간에는 시민들이 새 대통령에게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도록 차도와 인도 사이에 철책이 빈틈없이 늘어서 있었다.
취임식장 주변에는 검색대 100개가 설치됐다. 백악관 비밀경호국은 물론이고 워싱턴DC 경찰과 주변 지역에서 차출된 경찰 2만8000명이 시내 곳곳에서 순찰을 돌고 있었다. 폭발물이나 위험한 물건은 물론이고 일정 크기 이상의 가방도 통제구역 안으로 갖고 갈 수 없도록 막고 있었다. 퍼레이드 구간 도중에 있는 트럼프호텔에서는 경찰이 일반인들의 정문 진입을 차단하고 있었다. 글·사진=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전석운 워싱턴 특파원 취임식장 르포]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美 우선주의 기대반 우려반
입력 2017-01-19 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