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오바메양, 실리 대신 뿌리 선택한 이유는

입력 2017-01-20 05:00

독일 도르트문트의 주 공격수 피에르-에메리크 오바메양(사진)이 가봉 대표팀 선수로 뛰며 2017 아프리카(CAF) 네이션스컵에서도 화려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5일(한국시간) 조별리그 기니비시우전에 이어 19일 부르키나파소전에서도 골을 터뜨렸다.

1989년 6월 18일 프랑스의 라발에서 태어난 오바메양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적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인구 174만여 명, 국내총생산(GDP) 146억 달러(세계 114위)의 아프리카 소국인 가봉을 자신의 대표팀으로 선택했을까.

오바메양은 AC 밀란(이탈리아)의 스카우터로 활약한 아버지 덕분에 AC 밀란 유스 팀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가봉 축구의 전설적인 수비수이자 주장이었던 피에르 프랑소와 오바메양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A매치 경기를 본 오바메양은 자기도 나중에 가봉 국가대표 주장이 되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그 맹세를 지켰다.

그는 U-21(21세 이하) 시절 프랑스 대표팀에서 한 경기를 치렀지만 U-23부터는 가봉을 위해 뛰고 있다. 현재는 성인 대표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금도 경기 후 아버지와 통화하며 조언을 얻는다고 한다.

오바메양은 예전부터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것이 어릴 때부터의 꿈”이라고 말해 왔다. 하지만 국적이 이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통상 많은 돈을 들여 선수를 영입할 때 해당선수 국가에서의 유니폼 판매수입 및 중계권료 등을 고려한다. 하지만 가난한 가봉은 레알 마드리드가 원하는 만큼 오바메양과 관련된 상품을 소비하기 어렵다. 또 약체 가봉을 이끄는 오바메양은 월드컵이나 유로대회 같은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기도 쉽지 않다. 만약 그가 자신이 태어난 프랑스 대표팀을 선택했다면 이런 고민을 덜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뿌리’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