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임성빈] 위기의 한국과 종교개혁 500주년

입력 2017-01-19 18:22

대한민국이 위기다. 우리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경제와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갈등과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갈등과 불안을 관리하고 통합해야 할 정치는 오히려 위기의 근원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신앙인, 교회의 과제는 무엇일까?

종교개혁의 정신은 오늘의 한국교회와 신앙인들이 이 사회 속에서 실천해야 할 과제와 개혁의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해 준다. 그것은 종교개혁이 교회 안에서의 개혁운동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종교개혁은 정치, 경제, 교육, 과학, 복지, 예술을 비롯한 광범위한 영역에서 심대한 영향을 미쳤고 유럽이 근대 사회로 이양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치학 사전에서도 종교개혁을 ‘16∼17세기 유럽의 기독교권에서 일어난 교회와 사회에 관계되는 개혁운동’이라고 정의할 만큼 사회와 교회의 상호파급력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21세기 초반 한국교회와 사회의 위기와 변화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종교개혁 500주년이 갖는 역사적 과제는 그래서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종교개혁의 정신은 오늘에도 유효하다. 특히 오늘 한국교회에서 되새겨야 할 종교개혁의 정신은 무엇보다도 성스러운 것과 속된 것을 분리하는 성속 이원론의 극복이다. 루터는 만인제사장설과 소명의식의 전환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삶의 자리를 획기적으로 전환하였다. 칼뱅은 이러한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어받아 정치, 사회, 문화적 영역들이 영적인 문제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닌 연결된 문제임을 말하였고, 교회 개혁을 넘어 제네바시를 하나님의 뜻에 맞는 도시로 바꾸고자 몸부림쳤다.

특히 칼뱅에게 하나님은 세상 모든 영역에서의 주권을 가지신 분이다. 교회와 세상, 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을 분리하는 것은 하나님 주권의 온전성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이다. 그 온전성에 대한 관심 속에서 칼뱅은 경제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물질이 교회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세상의 가난한 자들을 위해 쓰여야 하며 이를 통해 세상의 질서가 바로잡혀야 한다고 보았다. 그에게 경제는 신앙의 중요한 척도요, 교회의 과제였다.

21세기 오늘의 신앙인들과 교회 역시 종교개혁자들이 실천하고자 했던 모든 영역에서의 하나님 주권의 실현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특히 삶에 강력한 영향을 주는 경제 영역에서 사회적 책임과 연대성의 확보는 시급한 과제이다. 한국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금수저 흙수저 논란을 비롯해 심화되는 실업 문제 등 한국의 경제 주체들이 당면한 문제는 심각하다. 21세기 종교개혁의 후예들은 기독교적 경제 윤리와 사상이 우리의 현실 경제 시스템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구체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칼뱅은 사유재산과 재물관, 이자 문제, 노동의 가치, 사회 복지와 구제 등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해 성경의 가르침들을 가르쳤고, 제네바시에서 그 가르침들을 실천해 갔다. 그가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연대성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접근을 계속 시도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특정한 이념이 아닌 기독교적 가치를 지향하는 경제 정책들의 입안을 위하여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노동, 실업정책, 임금제 문제, 토지의 공적 개념 등 경제의 제반 영역에서 하나님 형상으로서의 인간의 존엄성, 평등의 가치들이 담보되는 대안들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일반 신앙인들은 절제와 검소를 강조한 칼뱅의 주장에서 보듯 신앙인다운 소비문화들을 실천함으로써 보다 책임적인 경제문화와 삶의 스타일을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종교개혁의 정신은 하나님 주권이 삶의 전 영역에 온전히 임하도록 하는 것이다. 경제 사회 문화의 위기 속에서 종교개혁의 정신이 더욱 절실히 실천되어야 할 이유이다.

임성빈 장로회신학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