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내 인생의 뮤지컬이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접했을 때 내게는 완전히 음악의 신세계가 열린 셈이었다. 나는 지글거리는 일명 ‘빽판’ 음반을 구해 듣고듣고 또 들었다.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는 채 가사를 거의 다 외울 정도였다. 런던에서 실제 공연을 보았을 때의 감격이란! 판본 다른 CD나 DVD를 손에 넣었을 때는 얼마나 득의양양했는지! 무용극이나 뮤지컬 공연도 눈에 띄는 대로 쫓아다니곤 했다.
어린 시절 교회를 모르던 나를 이 뮤지컬에서 가장 뒤흔든 것은, 소리 지르는 예수님이었다. 신전의 장사꾼들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고함을 내지를 때는 그럴 만하다 여기면서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뒤이은 장면은 충격이었다. 장사꾼들이 떠난 자리에 병자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나를 고쳐 달라며 예수님에게 몰려든다. 휘둘리고 떠밀리던 예수님이 괴로워한다. 나를 밀지 마라, 너희는 너무 많아, 너무 많아…. 그리고 날카롭게 터져 나오는 비명 같은 고함, Heal yourselves! 너 스스로를 고치라는 뜻이겠지만 내게는 ‘네가 알아서 고치란 말이야!’ 하는 절망적인 힐난으로 들렸다. 예수님이 뭐 이래…. 나는 정말 혼란스러웠다. 장사꾼들의 노래와 병자들의 노래가 똑같은 멜로디라는 것을 알아차린 뒤에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예수님이 저주를 퍼붓던 장사꾼들과, 연민과 사랑으로 구원하러 내려왔다는 병자들이, 그러니까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는 말이야? 다 똑같은 것들이라는 말이야?
내가 교회 문 안으로 들어선 것은 그로부터도 이십여 년이 지난 뒤의 일이지만 그 고함 소리는 가끔 귓가에 맴돌았다. 나를 창조하고 구원하는 신으로서의 예수보다 괴로워하고 절망하는 인간으로서의 예수에게 먼저 붙들렸나 보다. 그리하여 ‘Heal yourselves!’라는 작은 단초 덕분에 지금 여기까지라도 왔나 보다. 그때 그 뮤지컬에서 예수님의 고함을 듣지 않았다면 상당히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지난주 ‘엄마의 고함’에 이어 ‘예수님의 고함’에 대해 쓰면서, 나는 고함을 고마워한다.
글=김서정 (동화작가·평론가), 삽화=공희정 기자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예수님이 고함칠 때
입력 2017-01-19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