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출 대신 ‘한숨’만 는다

입력 2017-01-20 05:09
고객들이 19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신년세일 행사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위 사진). 현대백화점은 설 선물세트 가격 인하에 나섰다. 각 업체 제공
대목인 설을 맞아 백화점들이 이례적으로 중저가 선물세트로 분위기를 띄우고 신년 세일까지 해도 매출이 신통치 않아 고심하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되고 어수선한 정국이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않아 백화점 불황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소비심리 위축에 백화점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겨울 세일 당시 ‘최순실 게이트’와 따뜻한 날씨 탓에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열었지만 매출 증대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신규 출점 효과로 6%대 신장률을 보인 것으로 예상되지만 2015년 성장률이 0%였기 때문에 수치에 의미를 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대 신장은 사실상 성장 정체나 다름없다. 2015년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2014년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았다. 2014·2015년 연속 소비 위축 요인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2% 성장률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이다. 2010∼2011년만 해도 백화점 매출 성장률은 9%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최순실 게이트’로 시국이 어수선한 데다 각종 물가가 올라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못했던 것이 백화점 매출의 발목을 잡았다. 또 한파가 실종된 겨울 날씨 탓에 연말 매출을 견인해주는 겨울 외투 등 고가 의류가 팔리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백화점들은 신년을 맞아 곧바로 세일에 돌입하며 실적 회복을 위한 할인 행사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세일 마지막주인 20일부터 22일까지 추운 날씨를 겨냥한 겨울 외투 등 상품들을 상대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현대백화점은 같은 기간 압구정본점 대행사장에서 ‘쉐르보 이태리 수입 골프웨어 초대전’을 진행해 이월 상품을 30∼60% 할인 판매한다. 오는 27일까지는 설 선물세트 특별 할인전도 진행한다. 백화점이 명절을 열흘 남짓 앞두고 대대적 가격 인하를 진행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불황을 뚫기 위해 ‘VIP’와 ‘중국인’ 마케팅에도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다음달 기존 VIP 등급제도를 5단계에서 6단계로 세분화해 젊은 VIP 고객 잡기에 나선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VIP 고객 수는 3%에 불과하지만 매출은 40%에 달했다.

중국 춘제(1월 27일∼2월 2일)를 맞아 젊은 싼커(散客·개별 관광객)를 잡기 위한 마케팅에도 집중한다. 롯데백화점은 온라인 유명인사인 왕훙(網紅) 등 3명을 초청해 국내 화장품 브랜드로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한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춘제부터 중국 개별관광객을 위한 VIP 프로그램 적용 대상 점포를 기존 2개점에서 9개점으로 확대하고 글로벌 배송 서비스를 진행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23일부터 31일까지 중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화장품, 패션의류 100여개 브랜드를 최대 30% 가격을 할인한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