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8일 밤늦게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삼성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구속영장 기각이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받게 된 점은 삼성에 긍정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법리적인 측면에서 이 부회장의 논리를 법원이 수긍한 것”이라며 “향후 수사 과정에서 대가성이 없었다는 걸 보다 적극적으로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의 부당함을 다각도로 피력해 왔다. 삼성은 향후 수사에 적극 협조하되 ‘강요에 의한 지원’이라는 기존 방어논리를 보다 강하게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우려됐던 대외 신인도 하락도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 삼성은 인공지능(AI), 커넥티드카 등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준비를 본격화하면서 해외 업체와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해외 협력업체들은 최순실 게이트에 삼성이 거론되면서 삼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기업의 도덕성이 점차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구속됐을 경우 삼성의 이미지에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됐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자신의 혐의를 소명할 기회를 얻게 되면서 우려의 시선도 지금보다는 누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기존 해외 파트너사에 최근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변함없는 신뢰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어수선했던 삼성 내부 분위기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로 임원 인사가 지연되고 조직 개편도 미뤄지면서 내부적으로 상당한 동요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면서 분위기를 다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사업 목표, 투자 계획, 신규 채용 계획 등도 서서히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 체제의 ‘뉴 삼성’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이 사법처리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은 계열사별로 지휘체계가 확립돼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지만 새로 개척해야 하는 신사업 분야는 조직 구성, 투자 등에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 구속이 미칠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SK, 롯데, KT 등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다른 기업들의 경우 최고경영진이 구속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에서 안도하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한 숨 돌린 삼성… 신인도 하락 최악 상황은 면했다
입력 2017-01-19 05:07